펌질&시사2009. 6. 27. 02:30


지난 주말의 '다시, 바람이 분다' 추모콘서트에서

단연 인상깊었던 인물이라면 개인적으로 권해효씨를 꼽고 싶습니다.

유머도 있는데다, 자연스레 배어나오는 깊이 있는 분위기 등등...

원래 저렇게 멋진 분이셨구나 싶더군요. 


나중에 노래도 불렀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영상을 찾아봤습니다.

매끄러운 진행 속에 가려져 있던 좌절과 울분이 느껴지네요.

토해내듯 노래하는 모습이 참으로 감동스럽습니다.


공유하고 싶어서 권해효씨 노래 부르는 부분만 담아봤습니다. 

정태춘, 박은옥씨의 노래 '92년 장마, 종로에서' 입니다. 


 


92년 장마, 종로에서

모두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
탑골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
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에 비둘기 한 마리
건너 빌딩의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
비는 내리고
장마비 구름이 서울 하늘 위에
높은 빌딩 유리창에
신호등에 멈춰서는 시민들 우산 위에
맑은 날 손수건을 팔던 노점상 좌판 위에
그렇게 서울은 장마권에 들고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 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워, 워......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음.....


비가 개이면
서쪽 하늘부터 구름이 벗어지고
파란 하늘이 열리면
저 남산 타워 쯤에선 뭐든 다 보일게야
저 구로 공단과 봉천동 북편 산동네 길도
아니, 삼각산과 그 아래 또 세종로 길도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 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보라, 저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훠이, 훠이... 훠이, 훠이...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섰는 사람들 이마 위로
무심한 눈빛 활짝 열리는 여기 서울 하늘 위로
한무리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훨, 훨, 훨.....
 

Posted by Yes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