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질&시사2009. 6. 22. 02:07

걱정되던 비바람이 그친, 선선하고 맑은 날이었습니다.

연대(X)가 아닌 성공회 대학교(O)에서 우여곡절 끝에 열린 '다시, 바람이 분다'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딸이 힘들어해서 10시 좀 넘어서 나오긴 했습니다만,

무척이나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나오는 발길이 아쉽더군요. 

간간이 멋대로 찍은 사진 몇 컷으로 일단 후기 올립니다.

5시 40분쯤이었습니다. 조금 일찍 도착했습니다. 주차할 곳 당연히 마땅치 않더군요. 정문에는 여지없이 많은 분들이 이미 줄을 서고 계셨습니다. 이미 길가에 줄지어 주차된 차량들 틈에 세우고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한 청년이 공연보러 오셨냐고 묻더군요. 동네주민인데 지금 들어갈 수 있을지나 걱정된답니다. 아이도 있는데, '샛길'을 알려주시겠답니다. 기꺼이 호의를 받아들여 성공회대 내부로 향했습니다. ^^;;  얌체같지만 덕분에 편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가본 성공회대학교는 아담한 크기의 깨끗한 학교였습니다. 이미 호의를 한껏 가진 상태였던지라 그저 구석구석 마음에 들었습니다.


대운동장이라기엔 단촐한 공간입니다. 모서리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많은 분들은 줄지어 서계신데, 조금 죄송하더군요. 최대한 얌전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질서의식이 희박한 사람들끼리 끼리끼리 모여 있어서였을까요. 뒤에 계신 장년의 아저씨, 꽤나 시끄러우셨답니다. ^^;;;;

역시나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의 수고가 공연 뒤에는 숨어있습니다. 말도 많고 욕도 많이 먹는 20대들이지만, 기특하고 예쁘더이다.


아직은 기분 좋은 상태의 딸래미입니다. 저녁 대신으로 사온 옥수수 맛나게 받아먹고 있습니다.

6시 반 넘어가자 사람들이 들어옵니다. 오랫동안 서계신 분들입니다. 불편하고 힘들텐데 질서정연하게 통제에 잘 따라줍니다. 지지하는 사람들도 참 수준차(?)가 납니다. ^^;;;

연대 총학생회장이 죄송하다는 말도 시작합니다. 맘고생 몸고생 많이 했지 싶습니다. 성공회대 총학생회측에 감사하다고 말하자 박수소리가 갑자기 커집니다. 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한결같음을 느낍니다. 괜스레 감동먹습니다.

성공회대학교 총학생회장입니다. 여학생이 당차보이더군요. 성공회대학교 역사상 가장 많은 분들을 모신 것 같답니다. 좁은 공간에 대해 미안하다 말하지만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였습니다. 네,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 합니다. 성공회대학교, 마음 속에 깊숙히 기억해놨습니다.


첫 공연을 노찻사가 시작했습니다. 역사가 거꾸로 가니 반가운 이름도 다시금 가까와지네요. 고 김광석씨도 노찾사 출신이었죠.


사회를 맡은 권해효씨입니다. 노통을 지지한 덕에 오히려 피해를 봤던 것 같아 영 미안한 사람입니다. 문성근씨, 명계남씨와 함께요. 목소리도 좋고, 사회도 잘 봅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지지하는 연예인들도 참 수준차가 납니다. ^^;;



피아라는 인디락밴드도 나왔습니다. 자리가 부족해서 뒤편에 장식됐던 노란색 풍던 다발을 통째로 뜯어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 풍선은 이렇게 응원도구(?)로 쓰였습니다.


인파이야기 한번 더 해볼랍니다. 처음 입장할 때부터 온수역부터 역곡역까지, 5km 정도 줄지어 있다고 연신 공간확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작은 운동장을 정말이지 가득가득 채웠습니다. 화장실 한번 가려니 죄송하다는 말을 서른 번은 해야하더군요. 나가보니 운동장 밖에도 작은 공간마다 빼곡히 앉아들 계십니다. 서서 스크린이나마 겨우 보시는 분들도 부지기수였고요. 입장을 포기한채 곳곳에서 담소를 나누시는 분들도 눈에 띄곤 했습니다. 이틀 전에 장소가 변경됐건만 참으로 대단합니다. 좀더 많이들 아시는 연대 노천극장에서 좀더 쾌적하게 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못내 남습니다. 다시금 짭새, 검새라는 이름과 연새(!)라는 이름을 나란히 배열해 봅니다.



유시민씨가 나왔습니다. 사람들 반응 뜨겁더군요. 주변에서 KBS 촬영기자에 대한 구박이 벌어지는 바람에 아쉽게도 말씀하시는 내용은 잘 못들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사랑이, 신념에 대한 사랑보다 오히려 어렵다는 말이 얼핏 귀에 남았습니다. 곰곰히 되새겨보게 되더이다.


슬슬 퍼지기 시작하는 따님 되시겠습니다. 워낙 늦게 시작한데다 꼼짝하긴 힘든 공간, 알지도 못하는 노래들이니 힘들지도 싶습니다. 이 정도면 오래 참았습니다.



역시 안치환이더군요. 광장을 가득 메우는 노래 실력은 십수 년이 지나도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다'라는 노래가 새롭게 와닿았습니다.
과거를 묻지 마라 그 누가 말했나 사랑이라면 이별이라면 묻지 않겠다 그러나 그러나 과거를 잊지 마라 절대 잊지 마라 반역자에겐 학살자에겐 용서는 없다
수많은 세월 흘러도 상처 아물지 않는다 그들이 아직 유유자적 여생을 즐기고 있는 한 수많은 원혼 눈물로 구천을 떠돌고 있지만 그들은 권력의 담 밑에 쥐새끼처럼 잘도 숨어 지낸다 그들을 정의 제단 앞에 세워야 한다 한다




신해철씨도 나왔습니다. 삭발했더군요. 이후로 전인권씨가 나왔습니다. 이 때 일어나야 했습니다. 권해효씨의 노래가 참 좋았다는데, 아쉽습니다.


참고로요. 7월 9월 목요일 이화여고 백주년 기념관에서 노찾사의 '내마음의 상록수' 추모 공연이 다시 준비되고 있다고 합니다. 무료이며 오후 8시부터라고 합니다. 퇴근길에 다시 들러볼까 싶습니다.




PS. 덧붙여 봅니다. '연새'라는 조롱에 대해서입니다. 학교의 위대함은 그 크기가 아니라 역사의 길목에서 어떠한 선택을 했느냐로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기부자 명단을 화강암 돌쩌귀에 새겨놓은 연세대학교 노천극장보다는, 좁지만 뜨거웠던 성공회대학교 운동장을 2009년 민주화의 성지로 인정합니다. 연대 동문으로서 부러워서, 그리고 부끄러워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모교가 망칠뻔한 공연, 소중하게 되살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Posted by Yes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