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의 인물은 제가 피씨잡지사에 근무하던 시절, 사진기자셨던 박재일 선배입니다.
디지털도 좋아하고 카메라도 좋아하던 제게 회사 소유의 S1PRO와 S2PRO는 늘 군침의 대상이었죠.
간혹 깐깐하게 단속하기도 했지만 좀 가지고 놀겠다고 하면 흔쾌히 허락해주곤 했습니다. 개인 소유의 렌즈도 함께요. 그때만 해도 니콘 80-200 2.8논디는 꿈의 렌즈였답니다.
하여간 제가 찍은 사진을 보고는 늘 칭찬해줬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간혹 스스로 만족해하는 사진이라도 나올라치면 더더욱 아낌없이 칭찬해주곤 했죠. 이론적인 질문이라도 하면 몹시도 아는 척(^^) 하면서 자세히 설명도 해줬고요.
요새 사진기자는 주요 일간지에나 있고, 영세한 매체의 경우 모두 기자들이 직접 찍거나 외주로 돌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사진기자로서 스스로 발등을 찍은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
하여간 하루는 같이 강원도에 취재갈 일이 있었습니다. 차를 세우고 산 하나를 가리키며 찍어보라 하더군요.
뭐 대충 찍었던 것 같습니다. 수평선 2/3에 놓고, 가운데 배치는 가급적 피하고... 뭐 그런 거 있자나요. 노출은 늘 그랬던 최대 개방에, AV모드로요 --;;
제가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더니, 선배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더군요.
놀라워라.
제가 찍은 사진은 단지 밋밋한 산과 하늘 사진이었는데, 선배의 사진에는 선명한 정삼각형이 나타나 있더군요.
다시 산을 바라보니 그 산은 콤파스같이 정확한 정삼각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카메라는 단지 거들 뿐 사진은 찍사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눈앞에 두고도 오로지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가장 강렬하게 느꼈던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걸 끄적이는 걸 보니 그 선배를 다시 한번 만나볼 때가 됐나 봅니다. 본지 이삼년은 지난 듯 싶네요.
아직도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깝치고 다닙니다. 그래서 사실은 사진을 잘 못찍는 인간이라는 것이 들통날까봐 늘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합니다. 간만에 만나면 사진찍는 팁이나 하나 슬쩍 물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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