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 DIGITAL STORY2008. 4. 1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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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그마의 디지털 카메라와 렌즈를 국내에 공급하는 사진전문기업 세기P&C(구 세기판매)가 28일 강남구 신사동에서 'DP-1' 제품 발표회를 진행했습니다.

 'DSLR의 APC-C 타입 센서를 탑재한 세계 최초의 컴팩트 디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시그마 DP-1은, 최소한 그 혁신성 측면에서 주목받기에 충분한 제품입니다.

 일반 컴팩트 디카의 12배(1/2.5형 CCD 대비)에 달하는 대형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것이 첫번째 이유라면, 그 이미지 센서가 포베온 센서라는 것이 그 두번째 이유입니다.

 그리고 좀더 본질적으로는 '가볍고 편한, 그러나 화질 만큼은 최상급인 카메라'의 등장을 알리는 선구자적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 기계적 사양은 '조촐 그 자체' = 시그마 DP-1의 카메라로서의 사양은 사실 대부분 평이한 수준입니다. 오히려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우선 사용자들의 발품을 덜게 해주는 줌렌즈조차 탑재돼 있지 않습니다. 16.6mm, 환산 28mm의 광각계 단렌즈만 덜렁 달려 있습니다. 화면을 구성하려면 오직 '발'을 이용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그나마 밝기도 F4.0에 그칩니다. 12배 광학 줌에 고정 F2.8 밝기를 지원하는 하이엔드급 컴팩트 디카의 사양과 비교하면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수준입니다.

 셔터 스피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자제어식 렌즈 셔터를 이용해 1/1,000~15초라는 초라한 사양을 갖추고 있습니다.

 최근 디지털 카메라들의 트렌드인 '흔들림 방지' 기술도 없다시피 합니다. 요즘은 똑딱이 디카들도 ISO 1,600 정도의 고감도를 지원하는 한편, 렌즈 또는 센서 시프트 방식의 흔들림 방지 기술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DP-1은 DSLR급 APS-C 센서를 탑재했으면서도 최대 감도가 불과 '800'에 그칩니다. F4.0이라는 비교적 어두운 렌즈인 점을 감안하면 노플래시 실내 촬영에 애로가 따를 것임을 짐작하게 해줍니다.

 그 밖에 똑딱이 디카들이 자랑하는 화려한 접사 기능도, 막강한 동영상 기능도, 요즘의 트렌드인 얼굴 인식, 웃음 인식 기능 등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 기계가 아닌 사진에 관심이 있다면 = 그러면서도 가격은 무시무시한 수준입니다.

 29일까지 진행 중인 예약 판매 가격이 89만 9,000원. 오로지 본체 가격입니다. 웬만한 디지털 카메라의 3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DP-1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응은 당초의 전망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세기P&C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예상치의 3배가 넘는 주문이 폭주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물량 확보 문제가 대두되고 있으며, 국내 예약 구매자들에게의 배송도 3월 중 세번에 걸쳐 나눠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렇듯 DP-1에 대한 기대 이상의 반응은 무엇때문일까요? 무엇이 보잘 것 없는 사양의 카메라에 거액을 비용을 지불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시그마 DP-1이 현재로서는 대안을 찾아보기 힘든 유니크한 특성을 가졌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먼저 작은 크기입니다. 작은 크기는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게 휴대성도 높여주지만 피사체의 자연스러운 반응을 이끌어낼 수도 있게 합니다.

 발표회에서 제품 설명을 담당한 디아이진 한동훈 팀장은 "작은 RF 카메라가 없었다면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도 없었을 것"이라며,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을 담아내려면 작은 카메라를 선택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기계적 성능, 화질을 떠나 오로지 작은 크기의 DP-1만으로만 촬영할 수 있는 사진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작은 크기만 특징이었다면 기존의 컴팩트 디카로도 충분했을 것입니다. 시그마 DP-1의 작은 크기가 빛날 수 있는 조건은 '작으면서도 최상급 화질'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실제로 시그마가 독자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포베온 이미지 센서는 DSLR 중에서도 최상급 화질로 손꼽힙니다.

 화질 면에서 환산 28mm F4.0의 조촐한 렌즈도 오히려 믿음을 줍니다. 보여주는 사양이 필요했다면 F2.8 정도의 렌즈를 탑재시키기란 사실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용자들의 아쉬움을 남기면서까지 F4.0으로 제한한 것은, 최대 개방 상태에서도 주변부 묘사력까지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한 팀장은 이와 관련 "스냅 촬영 전문 사진가들이 종전의 컴팩트 디카를 사용할 수 없었던 이유는 원하는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시그마 DP-1은 이런 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범주의 카메라"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장비의 발달은 사진 예술의 새로운 발전을 이끈다"면서, "DP-1은 기존 디지털 사진 작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다수의 전용 액세서리도 함께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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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탄 반 아쉬움 반' = 발표회에서 DP-1을 만져봤습니다. 작았습니다. 육중한 본체와 서너 개 이상의 렌즈를 담은 카메라 가방이 새삼 부담스럽습니다.

 카메라 장비를 자랑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결코 적합한 카메라가 아니겠지만, DP-1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사진 그 자체를 원한다면 현재로서는 유일무이한 솔루션이라고 인정하게 됩니다.

 그러나 인정할수록 아쉬움도 커집니다.

 렌즈를 교환할 수 있게 했다면, 그리고 환산 화각 50mm 표준계 렌즈와 135mm 준망원계 렌즈를 함께 선보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입니다. 그랬다면 현재의 DSLR을 과감히 포기하고 DP-1으로 전향할 사용자가 대폭 늘었을 것이라고 예상해봅니다.

 유달리 실망스러운 면도 있었습니다. 셔터음입니다. RF형 카메라의 가벼운 기계음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녹음된 전자음이 나왔습니다. DP-1의 고고한 품격이 절반쯤 무너지는 기분입니다. 가장 납득할 수 없었던 부분입니다. 후속 기종에선 꼭 개선되길 바래봅니다.

다음은 행사장에서 있었던 시그마 관계자와의 일문일답입니다.

 Q 엡손 RD1, 소니 R1 등이 있었는데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나?
A '컴팩트 디카'라는 측면에서 세계 최초라는 의미다.

 Q 대중성을 기대하기 힘든 제품으로 풀이된다. 출시 배경은?
A 소비자층이 극히 얇은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상업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DP-1 출시에 있어 수익을 창출하려는 의도는 희박하다. △시그마가 서드파티 렌즈 제조사 이상의 기업이라는 것, △소수 마니아들의 니즈를 반영하는 기업이라는 것을 알려내려는 목적이 더 크다.

 Q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은데?
A 현존 유일무이한 범주의 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해달라. 컴팩트형 디카에 비해 3배 정도 비싸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자신하고 있다.

 Q 시그마 SD시리즈 DSLR들이 느린 처리 속도로 불만을 샀었다. DP-1에서는 어떤가?
A SD 시리즈에 비해 소폭 개선됐다.

 Q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후속 기종을 검토하고 있는가?
A 그에 대해 시그마사로부터 어떠한 정보도 받은 것이 없다.

Posted by Yes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