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질&시사2020. 11. 26. 13:38

펌질이 잦네요. 

 

임은정 검사의 페북글입니다. 

내용을 떠나 글 자체만으로도 꽤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풀어나가는 글맵시가 훌륭합니다.

시작과 마무리가 특히 그렇습니다. 

 

조만간 이 블로그를 운영하게 될 딸내미가,

각종 수행으로 바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쯤 손으로 따라썼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그릇을 키워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난세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반짝거리는 글들이 좀더 흔해진다는 겁니다. ^^;

 

 


 

울산에 근무할 때, 간절곶에서 해 뜨는 걸 보고 출근하곤 했습니다. 바다를 사랑하기도 하고 일출의 장관은 경이롭기까지 하니 새벽 눈이 절로 떠져 즐겁게 동해로 향하여 간절하게 아침을 맞았습니다. 서울에 오니 일출...

게시: 임은정 2020년 11월 25일 수요일

 

 

 

울산에 근무할 때,
간절곶에서 해 뜨는 걸 보고 출근하곤 했습니다.
바다를 사랑하기도 하고
일출의 장관은 경이롭기까지 하니
새벽 눈이 절로 떠져
즐겁게 동해로 향하여
간절하게 아침을 맞았습니다.
서울에 오니 일출 보기가 난망해졌지만,
해 지는 바다는 더러 보겠다 싶었는데,
바쁘기도 하고
바다가 멀어져
마음 같지가 않네요.
늘 목이 마릅니다.
상경 후 해 지는 바다를 2번 보았습니다.
결코 쓸쓸하다 할 수 없는, 제 몫을 다한 해의 뒷모습을,
그 달궈진 몸을 품어 식혀주는 바다의 넉넉함을
옷깃을 여미며 하염없이 바라보게 되지요.
검찰이 감당하지도 못하는 권한을 움켜쥐고 사회 주동세력인 체 하던 시대는 저물어야 합니다.
우리 검찰이 감당하지 못하는 권한을 흔쾌히 내려놓고
있어야 할 자리로 물러서는 뒷모습이
일몰의 장엄함까지는 아니어도
너무 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었습니다만,
그럴 리 없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릇에 넘치는 권한이라 감당치 못하니 넘치기 마련이고,
부끄러움을 알고 현실을 직시하는 지혜가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안 되었을 테니
부딪치고 깨어지는 파열음이 요란할 밖에요.
그럼에도, 검찰의 시대는 결국 저물 것이고,
우리 사회는 또다시 나아갈 겁니다.
그게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온 역사거든요.
검찰 구성원이라 속상하지만,
의연하게
일몰을 맞으며
내일을 준비하겠습니다.

Posted by Yes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