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습니다.
몇년째 루머로만 떠돌던 애플의 태블릿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습니다.
IT 관련 커뮤니티는 어제 새벽 이후 말 그대로 관련 글로 도배되고 있습니다.
여지 없이 '어머~ 이건 사야해!'라며 흥분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기대에 못미친다며 실망감을 표시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10년 전 등장했다 사실상 쓸쓸히 사라진 컴퓨팅 태블릿.
그것을 화려하게 부활시킨 애플의 브랜드 파워가 놀랍습니다. 인정 안할 수가 없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빤히 느껴지는 장삿속이 마음 한구석을 싸늘하게 만듭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실망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하나하나 짚어봅니다.
- 9.7인치 1024X768 해상도, 외부 출력은 480P(VGA급)
: 더 싼 넷북과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1024X768(XGA) 해상도라니요. 와이드도 아니고 풀HD는 커녕 720P HD도 지원하지 못합니다. 멀티미디어 감상을 주용도 내세웠으면서도 말이지요. 개인적으로 XGA 해상도 노트북(넷북)은 일단 후보리스트에서 제외시킨시 5년은 넘은거 같습니다.
외부 출력은 더 서운합니다. HTC 최신 스마트폰들은 HD에 대응하는 HDMI 포트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SD급 480P 출력은 신제품치고는 과하게 초라합니다.
- 역시나 멀티태스킹 부재
: 혹자는 오히려 장점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더 쾌적한 인터페이스의 비결이라는 거죠. 그러나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런 주장을 듣다보면 기술 발전을 거꾸로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구나 싶습니다.
내비게이션으로 쓰면서, 인터넷 검색하려면? 다른 작업 중에 틈틈히 트윗질을 하려면? 게임 도중에 딴짓을 해야 한다면? 아이폰 3GS에서도 민망하던 부분이었습니다. 한참 더 커지고 강력해진 태블릿에서조차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다는 건 민망함을 넘어섭니다.
- 카메라, 마이크 제거
: 이건 무슨 해괴한 짓거리입니까? 카메라와 마이크 모듈, 그 까이꺼 얼마나 한다고 그걸 뺍니까? 6개월 후에 아이패드2를 출시할 심산입니까? GPS와 카메라 기능을 결합한 증강현실 기술이 각광받고 있는데, 굳이 그걸 빼다니요. 스카이프도 쓰지 못하게 하다니요.
제가 가장 싫어하는 제조사들의 행태가 이런 것들입니다. 가격 대비 유용성이 아주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가격정책, 마케팅적인 이유로 일부러 제거하는 짓거리죠. 자본주의 시대에 굳이 장인 정신을 운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건 소비자들이 견제해줘야 합니다. 이런 점에선 애플을 극렬 옹호하는 마니아분들이 오히려 원망스럽습니다.
* '유행에서 대세로' 증강현실 입문 가이드 ①
- 저가형 버전은 GPS 제거
: 스티브 잡스가 그랬다죠. "우리의 가장 큰 기술력은... 믿을 수 없는 가격을 달성한 것"이라고요. 애플 주각가 하락하다가 아이패드 가격이 발표된 순간 급등했다고 하니 가격에 대한 반응은 호의적인 거 같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가격을 뜯어보니 눈가리고 아웅한 느낌이 들어도 너무 드네요.
16GB 3G 미지원 제품이 499달러일 뿐 3G 지원 모델부터는 629달러부터 시작합니다. 한국돈으로 80만원에 육박하는 거죠.
뭐 좋습니다. 500달러 이하라는 상징성을 위해 저가형 버전 하나를 덧붙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버전에서는 카메라와 마이크도 모자라 GPS도 빠집니다. 20~30만원짜리 교육용 저가 PMP가 차라리 나아보입니다.
- 역시나 배터리 내장형
: 뭐 다시 말할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이런 건 좀 소비자들이 싸늘하게 평가해줬으면 좋겠습니다. 10시간 배터리 동작 시간을 달성했다지만, 제 눈에는 스펙다운과 대형화된 배터리용량때문으로만 보입니다.
-기타 소소하게 걸리는 점들
: 이 외에도 자잘하게 걸리는 부분이 꽤나 됩니다. 플래시 많은 우리나라 웹에서는 반쪽일 듯 하고요. 대부분의 동영상을 또 인코딩해서 봐야할 듯 합니다. 한글 지원도 빠졌네요. 첫날부터 액세서리를 내놓는 센스도 '상업성의 애플'을 상기하게 합니다. 이번에도 메모리 슬롯을 지원하지 않아 추가 메모리를 확장할 수 없는 점도 마찬가지입니다.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인해 필기 능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되기도 합니다.
참으로 다양한 측면을 가진 애플입니다. 수많은 이들을 열광케하는 제품력과 마케팅 파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얼리어답터들의 시장을 입문자와 여성들에게까지 확장시킨 그 능력은 인정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애플 때문에 통신사들이 일부 각성하는 듯한 분위기도 반갑습니다.
그러나 구석구석 배어나오는 지나친 상업성의 흔적과 오만한 태도가 영 거슬립니다. 생각해보니 애플은 처음부터 그랬던 것 같습니다. 차라리 마이크로소프트가 더 겸허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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