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이었습니다.
작년 3월 '하이브리드 디카가 뭔데? 삼성 'NX 시리즈'를 기대하는 이유'라는 포스트를 쓴지 1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났네요.
그 동안 올림푸스와 파나소닉, 삼성 등이 미러리스 디지털 카메라(혹은 하이브리드라고도 불리는)를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어제인 6월 7일, 소니의 미러리스 디지털 카메라 넥스(NEX) 시리즈가 마침내 국내 시장에 공개됐습니다.
렌즈교환식은 아니지만 시그마의 DP 시리즈까지 감안하면, 이제 DSLR급 화질을 보여주는 제품군도 제법 풍성해졌다고 평가할 만 합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제품은 소니 NEX-3와 NEX-5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이유를 짚어봅니다.
1. 동영상 품질이 우수하다.
: 고화소 대형 CMOS 이미지 센서는 태생적으로 빠른 전환에서 화면이 젤리처럼 흔들리는 '젤로' 현상을 보여줍니다. 초기 DSLR 제품들은 특히 심했죠. 아직 완벽한 수준은 아니지만 넥스 시리즈가 가장 양호한 젤로 현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소니가 캠코더계의 강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것도 같습니다.
소니코리아측 담당자와 이야기를 해봤는데, 소니 측에서 꽤나 절치부심했답니다. 소니 많이 밀리고 있었잖아요.
예전 사이버샷 F707, F717이라는 명기를 만들었던 주역들이 이제는 캠코더나 디카쪽에 중역으로 많이 올라섰답니다. 그리고 그들이 카니발라이징을 각오하고 넥스 개발에 협력했답니다.
실제로 이제 어중간한 가정용 캠코더는 설 곳이 없어졌지 싶습니다. NEX가 오히려 더 나으니까요.
2. 가장 작고 가볍다.
: 올림푸스, 파나소닉으로 대표되는 마이크로포서드 진영이 안쓰럽네요. 이미지 센서는 1.6배 더 큰대 크기는 넥스가 오히려 더 작습니다. 가벼운 것도 물론이고요.
사실 발표 전 이미지가 공개되면서 좀 고민스러웠습니다. 이건 뭐 지나치게 작았거든요. 기본 번들 렌즈도 마치 가분수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삼성의 NX10에 오히려 관심이 가기도 했었습니다.
작고 가벼워져서 좋기는한데, 지나치게 작아졌다는 느낌이랄까요? (경박단소화의 시대에 이게 뭔 거꾸로 가는 고민입니까 ㅋ )
하지만 실제로 확인해보니 마음이 놓입니다. 여전히 가분수같기는 하지만 예쁩니다. 손에 감기는 그립감도 괜찮더군요. 넥스-5는 특히 훌륭합니다. DSLR 들고 다닐 때 줄곧 버거웠던 것을 감안하면 그저 땡큐입니다. 여행이라도 갈 때는 특히 반가울 것 같네요.
단, DSLR의 큼지막한 크기와 하얀 백통 흑통이 주는 뽀대는 포기하셔야할 듯 합니다. ^^;
3. 스테레오 녹음이 된다. 외장 마이크 탑재도 가능하다.
: 어차피 DSLR과 이미지 화질을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동영상 기능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삼성 NX10의 경우 기어이 모노마이크만 탑재했지요. 외장 마이크도 달 수 없게 해놨습니다. 파나소닉 GF1도 외장 마이크 연결은 불가능하죠.
이미지 화질만 HD면 뭐합니까. 조악한 내장 마이크 소리가 신경을 거슬리는데요. 별도의 외장 사운드 시스템으로 녹음하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그렇게까지 하기는 또 지나치게 번거롭습니다.
▲기본 스테레오 마이크 내장, ▲외장 마이크 연결 가능,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이 두 개는 포기할 수 없는 옵션이라고 봅니다.
4. 렌즈 호환성이 우수하다.
: 단서가 붙습니다. 저처럼 구형 캐논 FD 마운트나 라이카 M 마운트 등의 수동 렌즈들을 써보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의미가 있습니다.
이 기능 측면에서는 미러리스 카메라들이 전반적으로 모두 우수합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NEX가 가장 탁월합니다.
소니가 새로 개발한 E-마운트는 플렌지백 거리가 18mm로 가장 짧습니다. 현존하는 거의 모든 카메라용 렌즈를 간단한 어댑터만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금은 호환 어댑터 나온게 없지만, 한두 달이면 거의 모든 마운트로 등장할 겁니다. 규모와 인지도를 볼 때, 삼성 마운트보다도 오히려 지원이 발빠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5만원 이내의 저렴한 가격으로 팍팍 찍어내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를 위해 벌써 캐논 FD 35mm 2.0 렌즈와 85mm 1.8 렌즈를 마련해놨습니다. 수동인데다 호환성도 불량해서 중고값이 낮은 제품들이죠.
아주 값비싼 명품 수동 렌즈를 가진 사람들. 또는 주머니가 가벼워 우수한 품질의 렌즈를 값싸게 써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NEX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겁니다.
5. 잔재미와 잔기능이 제법이다.
: 카메라 들고 휙 휘두르면 자동으로 광활한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어줍니다. 스윕 파노라마죠. 최대 7연사도 됩니다. 야간에 자동으로 여러장을 찍어 결합함으로써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최대 1만 2,800에 이르는 고감도 지원과 낮은 노이즈도 기대됩니다.
6. 이 정도면 가격이 착하다.
: 가격표를 분석해봤습니다. NEX-3는 본체 가격이 59만 8,000원. NEX-5는 74만 8,000원. 18-55 렌즈는 20만원. 16mm 렌즈는 15만원 수준입니다.
8월 달에 나온다는 18-200 렌즈는 패키지상 가격이 75만원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니 관계자가 NEX-5와 18-200 킷이 149만 8,000원 선일 것이라고 귀뜸해서입니다.)
아주 싸지는 않지만 최근의 환율 등을 감안하면 소니코리아가 노력한 가격이긴 하네요. 실제 판매가는 더 낮을 것이라는 점에서도 이 정도면 만족스럽습니다. 'DSLR 화질 + HD 캠코더'에다 '휴대성'까지 갖췄으니까요.
이제 경쟁사의 대응이 기대됩니다. 가격적으로는 특히 삼성이 최근 내놓은 NX-5가 얼마까지 내려갈지 흥미롭습니다. 기능 측면에서는 파나소닉의 GH-2가 볼 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 소니가 액세서리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지 무섭습니다. 기본 플래시는 다행히 주지만 고급형 플래시는 꽤나 비쌀 겁니다. 외장 마이크 액세서리도 두근반 세근반입니다. 범용 플래시와 마이크를 달 수 있는 핫슈 액세서리의 등장이 간절합니다.
: 지원 동영상 해상도가 영 이상합니다. 해상도를 낮출수록 젤로 현상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또 개인적으로 480P급 해상도면 충분하다는 점에서 720P와 480P 해상도를 AVCHD 포맷으로 지원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사양표를 보면 아시겠지만 NEX-5와 NEX-3의 해상도 설정값은 좀 애매합니다. (일부러 이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 )
: 동영상 고급 기능(24P, 조리개 조절)이 빠졌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리 아쉽지는 않습니다. 영화찍는 분들에게는 무지 아쉬운 것 같습니다만, 어차피 가정용 캠코더에서도 지원되지 않던 기능입니다. 하도 가능성이 높다보니 프로용도로서의 가능성이 제기되서 그런가 봅니다. 마치 2000cc 자동차가 연비도 좋고 나가기도 잘나가다보니수퍼카로서의 스펙부재를 아쉬워하는 것 같습니다.
: 인터페이스가 불편합니다. 예를 들어 ISO 조절하려면 메뉴 3개를 들어가야 한다더군요. 버튼과 다이얼이 잔뜩 붙어 곧바로 조절 할 수 있는 중고급형 DSLR과 비교하면 조작 속도가 떨어질 것 같습니다. 여성이나 초심자에게는 오히려 좋을 수도 있을 겁니다.
결론, 대다수 소비자들에게 현존 최상의 선택!
카메라 추천해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이를 맞춰주려면 용도를 확인해야 하고 가격대를 감안해야 합니다. dslr이라면 렌즈 고민까지 포함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판단할 때 말입니다. 대략 85~90%의 소비자들에게는 그냥 NEX 추천하면 될 듯 합니다. 화질 최상급입니다. 작고 가볍습니다. 확장성과 호환성도 좋습니다. 동영상은 캠코더 뺨칩니다. 가격도 무난합니다.
소니가 연내 25%의 점유율을 달성해 DSLR 업계 2위로 올라서겠다고 자신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 같네요.
직접 만져보고 이 정도로 '잘 빠졌다'고 평가되는 제품이 개인적으로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소니의 절치부심이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적어도 대항마가 제대로 등장하지 전까지는 '닥치고 NEX!'인 듯 합니다... ^^;;
PS :
- NEX-7은 루머랍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렇답니다. 오히려 물을 흐리려는 경쟁사의 역정보같다고 추정하더이다.
- 알파 어댑터는 AF 될 꺼랍니다. 거의 확정적이더군요. 갠적으로 배터리 문제 때문일꺼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 18-200의 액티브 OSS 기능에 기대해도 됩니다. 90만원이라도 비싼 가격이 아니더군요. 동영상 촬영 시 손떨림 감소가 경이적인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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