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컴퓨터깨나 주무르던 시절, 그래서 직업으로까지 삼았던 때에만 해도
주변 사람들 PC는 다 조립해주고 다녔던 듯 합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중고거래도 마다하지 않고, 남들 보지 않을 케이블까지 꼼꼼히 정리해줬더랬죠
(이 쯤에서 기판 디자인을 문제 삼았던 잡스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ㅎ)
그러다 PC에 대한 관심이 시들시들해졌습니다.
갖가지 튜닝에 편법으로 조금 빠르게 하는 것이, 일이만원 싸게 사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컨설팅(?)과 구매대행(?) 업무는 사실상 접었습니다. 뭐 많이들 가지신 기억일 터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저를 컴터 A/S 기사나 디지털 컨설턴트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좀더 솔직히 말하면, 제가 기꺼이 해주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말이 맞겠네요. ^^;
회의 중에 갑자기 문자가 하나 왔습니다.
"<긴급> 아들놈 땜시 요금 폭탄 *꽈광* 겜어플에서 구매 못하게 하는 방법 없냐? 아이폰은 있는 것 같던데. ㅠ.ㅠ"
"거의 6만원. ㅠ.ㅠ 어매 아까운 것. 하루 일당 날라갔다"
꽈광이란 게임도 있었군요.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나도 그쪽은 잘 모른다. 골치 아프겄다 ㅋ"
그래도 뭔가 도움을 주고 싶은 친구입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 스마트폰 구입할 때, 자문도 줬었군요. 일말의 책임감이 느껴야할 상황입니다.
"3G 네트워크를 끊고 넘겨줘바바"
설마 이 정도 시도 안해봤으랴 싶었지만, 혹시나 싶어 남겨봤습니다. 이내 답장이 오네요.
"와우 번쩍이는 아디어! 짝짝짝"
에휴, 역시나였습니다. 이 정도라도 말해주길 잘했다 싶습니다. 문자가 또 왔습니다.
"확인해봤다 구매 안되더라 thank you 스티브 천스"
하하핫, 참 민망한 답장까지 받았습니다.
'3G 네트워크를 끊어보라'는 조언만으로 '스티브 잡스'에 비견되는 영광을 누릴 수 있는 건,
나를 기꺼이 애용해주는 누군가가 있어서인 것도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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