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 DIGITAL STORY2012. 3. 22. 12:54


찬찬히 뉴스나 정보를 읽다보면, 종말이 임박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엔트로피가 증가하면서 지구가 언제까지 버텨줄 수 있을지 의문스럽고요, 10만 년마다 찾아온다는 대재해설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곤 합니다. 이산화탄소, 오존, 빙하, 유성충돌 등등의 단어도 마찬가지죠.

지구를 수백 번 멸망시킬 만큼의 핵무기를 보유하고도 여태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것에 대해 '순전히 요행'이라고 평가햇던 의견도 뇌리에 남습니다.

99:1로 표현되는 부의 불균형 문제는, 자연이 인류를 멸망시키기 전에 인류 스스로 멸망시키는 단초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와중에 긍정적으로 보이는 흐름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투명성의 증가'라고 표현합니다. 또 '투명성이란 현실(또는 진실)을 반영하는 데이터가 증가하고 그 가용성이 확대되는 것'이라고 멋대로 정의해봅니다.

예전이면 묻혀버렸을 사실들이 SNS를 통해 교류되고 있습니다. 억울한 피해자였을 운전자가 블랙박스 덕택에 구제받기도 합니다. 휴대폰 추적 기술은 범죄 행위를 입증하고 검거하는데 가장 요긴한 수단으로 대두됐습니다. 지하철, 택시, 버스 등의 막말녀, 막말남 동영상들은 현장의 풍경을 그대로 전파하고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지인에게 '이런 사람들도 있더라' 수준으로 회자되다 그쳤을 일이죠.

앞으로는 '라이프 블랙박스'가 등장할 것도 같습니다. 모든 이들이 일종의 블랙박스를 가지고 다니는 거죠. 일상을 늘 녹화하는 장비 말입니다. 안경, 목걸이, 귀걸이 등등 어떤 형태로든 될 수 있을 겁니다. 초기에는 최근 몇십 분을 저장하는데 그치겠지만, 앞으로는 클라우드를 통해 수 개월, 수 년치를 저장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법정에서 라이프 블랙박스를 가지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사태도 벌어질 것이고, 온갖 몰카와 사생활 침해가 이뤄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입증할 수 없어 억울했던 사연이, 악의적이 거짓말로 피해를 봤던 사연이, 시시비비가 애매햇던 사연이 해소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투명성의 증가는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낼 듯도 합니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그 조짐이 뚜렷한 것도 같습니다. 메이저 언론의 의제 설정 능력이 약화되는 단초가 되는 것도 같고요.

이러한 '투명성의 증가'는 방대한 데이터를 캡처하고 저장하고 가용성을 확보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지 싶습니다. 그 중심에는 IT 기술과 인프라가 있는 것이죠.

99:1의 불균형 문제가,
정보입수력 그리고 정보전달력 독점의 폐혜가,
마케팅 과학으로 증가한 진실과 이미지 사이의 격차가,

투명성의 증가라는 물결로 점차 줄어들 수 있을까요?

아니면 늘 그랬던 것처럼 인간의 욕심과 자본의 힘 앞에 그렇고 그런 작은 파동 하나로 그칠까요?

또는 과도하게 넘쳐나는 데이터로 인해, 경중을 가리기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오히려 말초적인 데이터가 기승을 부리는 현상으로 이어질까요? 


한가한 날이면 떠다니곤 햇던 생각 하나를 바쁜 와중에 주절대봅니다. ^^

Posted by Yes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