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CRT 시절에는 최적 해상도라는 개념이 희미했다.
크기가 몇 인치건 수직 주파수가 75Hz 이상만 되면 원하는 해상도를 사용하곤 했다. 19인치 모니터를 쓰면서도 800X600 해상도를 쓰는 어르신이 있는가 하면 16인치 배불뚝이 모니터에서도 용감하게 1,280X1,024의 SXGA 해상도를 쓰는 눈 좋은 사용자도 있었다. 개중에는 60Hz 주파수로도 기꺼이 최대 해상도를 사용하는 이도 있었고.
하지만 LCD로 접어들면서 마음대로 해상도를 조정해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어졌다. 최대 해상도 이하에서는 해상도를 임의대로 설정할 수 있기는 하지만, 각 픽셀단위로 색을 표현하는 LCD의 속성상 기본 해상도 이외에서는 번지는 현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데이터값과 픽셀을 각각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해진 셈. 이른바 1:1 픽셀 매핑 개념이 이와 함께 등장했다.
#2 = 비스타 때문에 난리다. 미국에서만 고용 창출 효과가 10만 명이라고도 하고, 비스타 때문에 하드웨어 비용이 20% 증가할 것이라고도 한다. 일반 사용자들도 비스타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일단 비스타로 인해 그래픽카드, 모니터, 램, CPU 등은 기본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할 분위기다.
이중에서 모니터만 따져보자. 어느 때부터인가 윈도우 비스타의 최적 모니터로 22인치 와이드 모니터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렇게 추천했다고도 하고 각 하드웨어 업체들이 22인치 패널을 대량 구매해 본격적으로 제품을 쏟아낼 것이라고도 한다. A4 페이지 두 장을 펼쳐놓은 면적이라 작업을 하기에 최적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언제, 누구의 주장으로 인한 것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최근 LCD 모니터 브랜드들이 22인치 제품을 대거 출시하고 열띤 경쟁을 벌이는 것을 보면 대세는 대세인가 보다.
#3 = 풀HD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오르내린다. 480P의 SD를 넘어 HD레디, 풀HD급, 풀HD를 거쳐, 리얼풀HD라는 단어도 나타났다.
저마다 해석과 주장이 제각각이긴 하지만 최근 업계에서 사용하는 뜻을 살펴보면 1,920X1,080P(프로그레시브) 해상도를 1:1로 지원하는 것을 풀HD라고 부르는 듯 싶다. 같은 HD로 분류됐던 720P 규격은 채 꽃도 피워보기 전에 시드는 모양새다. 변종 해상도의 숙명이다.
◇ 22인치 LCD '뭔가 이상해' = 352X240의 MPEG1 비디오 CD를 거쳐 720X480의 DVD 시대가 열린지 오래다. 이제 1,920X1,080 동영상 시대가 막 개막되고 있다. 실제로 동영상 다운로드 사이트에 가봐도 심심찮게 풀HD 동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최신 3D 게임 소개 동영상도 곧잘 풀HD 규격으로 만들어져 배포된다.
그런데 비스타에 최적이라는 22인치 LCD 모니터의 해상도는 1,650X1,050에 그친다. 20.1인치 와이드나 21인치 와이드 제품과 같은 해상도다. 풀HD 이상의 해상도는 23인치 제품부터서야 1,920X1,200를 통해 지원되기 시작한다.
최적의 제품이라는 22인치가 이래서는 곤란하다. 세로 해상도는 물론 가로 해상도도 풀HD 규격에 애매하게 모자란다. 2,3년 후 정도는 당연히 내다봐야하는 마당에 현재의 파일들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다니.
요새 스케일링 기술이 발전해 체감상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지만 영 거슬리게 어긋나는 해상도는 도통 맘에 들지 않는다. 컴퓨터 사용자들, 특히 마니아들이란 '최적화'를 무엇보다 좋아하는 사람들 아니던가.
의문이 생긴다. 이러한 약점을 차치하고 도데체 왜 22인치, 1,650X1,050의 제품이 대세가 된 것일까?
조금 늦게야 비교적 근거 있는 이야기를 업계 관계자로부터 들었다. 최근 갓 생산에 돌입한 5세대 LCD 공장의 경우 22인치 패널을 생산할 때 가장 수율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
LCD 업계가 가장 최적의 조건으로 생산할 수 있는 크기이자 해상도이기 때문에 수년 전부터 업계간 조율을 거쳐 윈도우 비스타용 최적의 제품으로 마케팅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아는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는 타박과 함께.
소비자의 필요가 아니라 업계의 수익성 때문에 22인치가 최적 제품으로 홍보되고 있다는 이 이야기가 단순한 음모론인지 근거 있는 이야기인지는 아직은 모르겠다. 또 가격만 저렴하다면야 해상도가 조금 떨어져도 용서가 될 게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지인들에게 22인치 제품의 구입을 적극적으로 말리기 시작했다.
조금 더 지출하더라도 23인치로 가라고. 눈이 몹시 나쁜 경우가 아니라면 작업 효율성은 화면 크기보다는 해상도에 비례한다고. 풀HD를 풀HD라 부르지 못하는 제품을 살 꺼냐고. 17인치와 똑같은 해상도를 지원했던 19인치의 짧은 수명을 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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