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테크윈이 지난 2월 첫 국산 디지털 일안리플렉스(DSLR) 카메라인 삼성테크윈의 GX-1S을 선보인데 이어 지난 11월에는 GX-10을 발매했다. 펜탁스의 제품과 사실상 동일했던 첫 제품과 달리, 이번 GX-10은 외형이나 가격 면에서 제법 큰 차이를 보여준다.
DSLR 수입 규모가 연간 1,2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삼성테크윈이 자못 그럴듯한 국산 제품을 출시했다는 의미는 자못 크다.
삼성테크윈 입장에서도 '똑딱이' 카메라만은 만들던 차에 준전문가급 이상의 제품을 내놓았으니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라는 타이틀도 그리 어색하지만은 않을 터.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듯 싶다. 외형과 가격,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은 전작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지만 핵심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기능과 사양은 펜탁스의 K10D을 빼다박은 것이다. 렌즈 또한 SMC 코팅 제품에서 슈나이더 제품으로 바뀌긴 했지만 초점 거리와 밝기 등은 그대로다.
MP3 디지털 카메라, PMP 디지털 카메라는 물론 세계 최고의 15배줌 제품인 815까지 출시하며 국내 시장 1위를 차지했던 삼성테크윈에게 독자적인 DSLR 카메라를 기대하기란 과연 무리였을까?
하지만 속내를 아는 전문가들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분야와 달리 전문가용 카메라 분야는 수십년간 축적되어온 아날로그 기술이 높은 진입 장벽으로 가로막는다는 이야기다.
소형 디지털 스냅 카메라의 경우 '전자 기기'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집중적인 투자로 빠른 시간 내에 따라잡는 것이 가능하지만 '광학 기기'의 아날로그적 성격이 좀더 강한 DSLR의 경우에는 기존 업체의 노하우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각 회사별로 특화된 색감이나 개성 등의 감성적인 부분은 단시간 집중적인 투자로 도저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렌즈 제조사로 유명한 일본 시그마사가 SD-9/10 등의 DSLR 카메라를 야심차게 개발할 때도 디지털 기술보다는 AF 모듈 등의 아날로그 기술로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시그마의 DSLR 카메라가 멀티 측거점을 지원하지 못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또 전자 기기 업체의 대명사 소니가 DSLR 분야 진출을 위해 필름 및 SLR 카메라 제조 업체 코니카미놀타사의 SLR 사업부를 인수한 것도 기존의 아날로그 기술을 최대한 쉽게 확보하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혹자는 아날로그 기술 기업들이 CCD 등 디지털 원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끝내 디지털 전문 기업들에 인수당하는 것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보면 삼성 소니 등 디지털 전문 기업들이 아직까지 고가 DSLR 시장에 진출하지 못했을 정도로 '아날로그 기술의 장벽'은 높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일 캐논사가 DSLR 분야를 독주하다시피할 수 있었던 것도 종전 아날로그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 시대를 성공적으로 준비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디지털화는 이제 누구나 인정하는 대세가 됐다. 그러나 카메라 업계가 보여주는 것처럼 디지털 시대의 성공적인 선점은 아날로그 감성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곤 한다. 수십 수백 년간 쌓아온 '아날로그 무기'를 혹 홀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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