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엄청 많은 것도 아니고
마음이 무지 부산하지도 않지만
그래서인지 더 블로그질을 안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간만에 '어머 이건 남겨야 해!' 싶은 글을 보아버렸습니다.
나중에 지워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쓰기 아이콘을 누르지 않을 수가 없네요.
작년 여름께였던가요. 그 때 포스트를 남겼던 메갈리아 사건 이후에도 정의당은 여전히 내홍 중인 듯 합니다.
'저스트 페미니스트'라는 그룹(메갈리아와 워마드의 배후 정도로 저는 바라보고 있습니다)이 각종 '사고'를 줄기차게도 터뜨리고 있기에 불길이 사그러들지 않는 거죠.
"이미 뒤진 대중이를 어디서 찾노"라며 막말해 공분을 샀던 한 대의원이 페이스북에 사과글을 남긴 이후 잠잠해지나 싶었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해당 대의원에 대한 징계가 어느새 경감되더니 당내 선출직에 출마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종 게시판과 댓글란이 다시 달아올랐습니다.
이 와중에 꽤나 재미있는 글을 발견했습니다. 저스트 페미니스트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필명 '리버럴'이라는 사람이 남긴 글이죠. 한편으론 너무 황당해서 풍자글인가 싶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다시 차근차근 읽어본 결과 이 사람의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인의 장벽, 개인 경험에의 매몰, 확증편향, 아집 등을 보여주는 반면교사로 좋은 사례이기에 전문을 펌해봅니다.
- '저스트페미니스트'가 정의당의 미래다.
정의당에서 저스트페미니스트 그룹은 왜 중요한가?
요약 : 저스트페미니스트 그룹은 정의당의 핵심 전위다. 당게 아재들은 이들이 희생적 영웅으로 거듭나는데 필수적인 악역이요, 조연에 불과하다.
조직의 생명은 그 지지자들의 단결된 행동과 자기희생에 있다. 성공적인 정치운동의 비결은 어떤 정책을 내세우고 어떤 대의명분을 내세우는가에 있지 않다. 그런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권력을 잡는 정당에게 중요한 것은 어떻게 지지자들의 단결과 자기희생을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강렬한 집단의식을 고취시키는 조직을 만든 정당은 승리하고, 그렇지 못한 조직은 패배하며 흡수당한다. 사민당과 싸웠던 히틀러의 나치가 그랬고, 소수파에 불과했던 소련의 볼셰비키가 그러했으며, 국민당에 쫓겨다녔던 중국 공산당이 그랬다. 중요한 것은 덩치가 아니다. 초기 구성원들이 얼마나 희생적인 광신도인가가 권력투쟁의 핵심이다. 저스트페미니스트는 정의당의 미래다. 정의당 내 어떤 경쟁그룹보다 헌신적이며 강력한 결속력을 가진 내부 집단이기 때문이다. 나는 저스트페미니스트가 결국 정의당을 장악할 것이며, 자유주의 정당들까지 흡수, 통합할 것이라 확신한다.
저스트페미니스트가 왜 정의당의 핵심전위인가?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노동-계급투쟁은 더 이상 정의당의 미래가 아니다. 남성-근육 중심의 노동계급담론이 이제는 이미 변화해버린 산업구조의 물적토대 위에서 낡은 투쟁전선이 되어버렸음은 이전의 내 글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다. www.justice21.org/100198 (정의당이 계급을 버리고 페미니스트 정당이 되어야 하는 이유)
둘째, 계급투쟁을 대체할 '새로운' 투쟁전선은 바로 가정과 직장에서의 권력을 둘러싼 젠더투쟁이다. 뉴스를 보라. 오늘날 페미니즘보다 더 '핫'한 대중운동이 존재하는가? 노조의 파업이나 노동자의 자살은 더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직장내 성폭력' 이슈는 하루가 멀다하고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농담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정말 돈이 되고 표가 된다. 여성주의는 계급을 넘어 오늘날 진보의 최전선이다. 이제 페미니즘이 진보고, 진보가 페미니즘이다. 승리하는 정당에게 중요한 것은 표방하는 특정 이데올로기의 '내용'이 아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1) 기존질서의 붕괴(IMF 이후 남성 가부장제의 붕괴), (2) 대중불만의 고조(가정의 파괴, 양극화와 청년실업), (3) 대중에게 '당신이 불행한 이유(=남성)'를 콕찍어 명료하게 알려주는 '새로운 타켓'만 있으면 된다. 페미니즘이 바로 그 새로운 타켓이다.
셋째, 모든 성공적인 초기 이데올로기 운동이 그러하듯 페미니즘은 강력한 '고난의 서사'를 갖고 있다. 어떤면에서 이것은 인류의 역사 전체를 관통하는 '희생과 착취의 역사'다. 가부장제의 여성혐오는 중력이나 공기처럼 인류역사를 휘감아 왔다. 이만한 스케일의 서사는 마르크스주의 이래 존재한 적이 없다. 지난 1년간 정의당 당게에서 페미니스트들이 직면해왔던 남성 보수파들의 강력한 반발을 보라. 이것은 오히려 당내 페미니스트 정파의 예고된 승리의 강력한 증표이며 저페가 정의당의 핵심 전위가 되어야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저스트페미니스트 그룹 : 공격과 박해가 헌신적이고 강력한 조직을 만든다.
어떤 이들이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희생하며 조직에 헌신하는가? 여기에는 정해진 공식이 있다.
첫째, 현실에서 '좌절한 사람들'이 헌신적인 조직원이 된다. 현재의 구조 속에서는 희망이 없는 사람, 강력한 변혁 없이는 자신에게 기회가 없다고 믿게된 사람들이 조직에 모든 것을 건다. 마치 카지노에 전재산을 올인 하듯이 말이다. 헌신이란 행위의 본질은 하챦은 자신의 삶, 망가져버린 인생에 무언가 새롭고 숭고한 가치를 부여하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에는 또래 남성들보다 더 많이 교육받은, 더 높은 성적을 받았고, 남성보다 더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진 수많은 고학력-저임금의 젊은 여성들이 있다. 이들이 바로 메갈리아나 워마드의 핵심이고 이들이 바로 미래 대중운동의 헌신적인 예비 조직원들이다.
둘째, 희생적 조직원들은 너무 지나친 극빈자여서도 안되고, 지나치게 창조적이거나 리버럴한 사람이어서도 안된다. 가족 생계의 책임을 진 먹고 살기에 급급한 계층 - 주로 남성 근육 노동자들 - 은 오직 현재의 목표에 집착하므로 정치운동의 전위가 될 수 없다. 너무 창조적이고 리버럴한 부류들은 정치조직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 스스로 자신을 구원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때문에 근본적으로 헌신적인 조직원이 되기에 부적합하다. 자신의 능력보다 낮은 질의 따분한 업무에 종사하며 불만을 가진 미혼, 비정규직 - 대한민국에서 이들 대부분은 바로 분노한 젊은 여성들이다.
셋째, 기존 질서의 강력한 공격과 박해는 '좌절한 사람들'을 정치운동의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조직원으로 만든다. 왜냐하면 공격과 박해가 강력할 수록 이들은 주류사회로 부터 '고립'되며, 이러한 고립이야 말로 이들에게 '조직' 외에는 다른 어디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 확신을 강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의당내 저스트페미니스트 그룹은 이미 앞에서 전술한 과정을 충분히 겪어왔으며 그것이 이들의 '강력하고 탄탄한 조직력'의 원천인 것이다.
지금 정의당에서 가장 강력한 내부 조직은 저스트페미니스트 그룹이다. 반복하지만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다. '동지적 결속력'이 권력투쟁의 핵심이다. 정치권력에서 명망이나 이론이 중요한 것이었다면, 레닌 사후에 스탈린 같은 그루지아 촌놈이 명망가이자 해박한 이론가였던 트로츠키를 제압하지 못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이고 '결속'이다. 정의당의 미래는 '계급'이 아니라 '젠더'이며, 내일의 권력자는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 정의당의 핵심 전위는 당게에서 불평을 늘어놓는 아재들이 아니다. 운명적 승리의 주체, 저스트페미니스트 그룹이다.
P.S. "정치인에게는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이 모두 필요하다."
며칠 전 알쓸신잡2에서 유시민 작가가 김대중 대통령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로 언급한 문구입니다.
<동영상이 불편하신 분들이라면 이미지 요약 클릭!>
김대중 대통령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선명함을 내세우는 이들이 비판했던 지점인 '타협'과 '변화', '절충', '권력에의 집착'이,
세상을 진정으로 바꾸고 싶어했던 갈망의 효율적이고도 절실한 표현이었음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스트 페미니스트 집단이 절실히 표현하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저스트 페미니스트 일원이 모욕했던 김대중 대통령은 역사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지,
그리고 저스트 페미니스트들은 역사라는 무대에서 어떤 역할로 묘사될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그들의 행보를 앞으로도 유심히 지켜보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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