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이 많이 남았나 봅니다. 부질없는 상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름 기독교 신자인 제가 죽어서 하나님과 독대를 합니다.
"열심히 잘 살았구나. 소원하나 있으면 들어주마."
하나님이 이렇게 물어보면 뭐라고 답할 것인지에 대해서죠.
"천국에서 영원히 찬송하며 하나님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말해야할 것 같지만....
이런 생각은 예의상(!)이라도 할 맘이 전혀 없고요~ ^^;
대신 이런 소원하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지구 상에 살았던 모든 사람의 삶을 함께, 또는 관조하며 살아보고 싶습니다"라고요.
200억 명이 넘는다죠. 태어나 살았던 모든 이들의 삶을 하나하나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왜 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람에 대해 궁금할 때, 내가 잘 살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 옛 후회에 문득 사로잡힐 때, 서운함이 가슴을 지배할 때, 여전히 함께 떠오르는 소망입니다.
# 잠이 안와 우연히 보게 됐던 2007년작 영화 '맨 프롬 어스'였습니다.
숙제하는 기분으로 플레이 버튼을 눌렀던 것을 감안하면,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감독에게 우선 감사해 봅니다. ^^;;
하지만 국내에서 개봉됐어도 히트치기는 힘들었지 싶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예닐곱 명이 반경 30미터 이내의 공간에서 말로 떠드는게 전부입니다. 한정된 공간과 세트라는 점에서 연극보다 더 합니다. 만사천년을 살아왔다고 고백하는 한 35세의 남자와 그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교수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뼈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 구석기시대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한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다릅니다만, 제게는 200억 인구의 삶을 함께 살아본다는 소원과 비슷한 플롯으로 다가왔습니다.
내가 믿고 있는 진리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윤리와 문화가 어디까지 절대적인지 건드린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민감한 기독교 탄생 이슈를 제기하는 점도 흥미로왔고요. 수천 번의 사랑을 경험했을 주인공이 과연 사랑을 또(!) 할 수 있을 것인지도 쏠쏠히 궁금했습니다.
결국 진리라는 것이, 믿음이라는 것이, 사랑한다는 것이 1/200억 만큼 허무한 것인지, 아니면 가슴이 아팠던 만큼 가치있는 것인지에 대해 궁금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옛 시절과 고민을 떠오르게 해준 영화라 반가워 글 남겨봅니다. 다만 너무 단정적인 결론 대신에 좀더 여지를 남기는 결말이었으면 어땠을까 아쉽습니다. 케이팩스나 콘택트 정도면 좋았겠네요.
PS. 신성모독을 참아내기 어려운 분들께는 비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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