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소소2009. 1. 25. 00:14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 에픽테투스는 말했답니다.

네가 착하기를 바란다면 우선 네가 악하다는 것을 인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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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를 보고 오히려 인간에 대한 긍정이 읽혀졌다고 포스팅했던 것 같은데요.

2007년작 아메리칸 크라임은 예상 이상으로 기분이 더러워지는 경험이었습니다.

실화라서 불쾌했고, 진실이라서 불편했나 봅니다.

꽤나 잘 만든 영화라고 인정하게 됩니다.




1965년 10월 26일, 16세의 소녀 실비아 리켄스가 죽어 있는 것이 발견됐다. 이미 호흡이 정지해 있다는 통보를 받고 경찰이 집에 집에 도착했을 때, 실비아는 지하실의 더러운 매트리스 위에 가로뉘여 있었다. 그녀는 오줌으로 흠뻑 젖은 채 매트리스에 반나체로 뉘여 있었고 그 몸에는 무수한 상흔, 화상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배 위에는
'I am a prostitute and proud of it'
(나는 매춘부, 그리고 그것을 자랑으로 생각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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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에 나온 실비아의 눈빛이 가슴을 저미네요.

하지만

잔인한 학대 가운데 외롭게 죽어간 실비아보다 

가담하거나 방치한 거트루드의 아들딸들, 그리고 이웃들의 모습이

우리 주위에서 너무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풍경이라는 것 때문에 깝깝스러워졌습니다.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이 연상되더군요.

불합리한 명령에 대해 너무도 고분고분 순응하고 복종하는 인간의 속성을 까발렸던 그것 말입니다.


철 없던 시절, 왕따와 관련해 가해나 방치의 죄책감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어쩌면 지금 역시 좀더 복잡한 구조로 재현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복종, 권위, 공포 앞에 얼마나 나약하고 무력해질 수 있는지 실감합니다. 

이 단어들의 무게가 새삼 무겁습니다.






 


Posted by Yes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