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고 그런 코미디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발랄한 열대 풍경에 덥수룩한 정재영의 표정이 그랬습니다.
괜시리 바쁜 요즘, '표류'라는 모험기류의 이야기가 썩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왠걸요.
곳곳에 알아먹음직하게 양념해놓은 대사들이 일품이었습니다.
낄낄거리며 보기에도 좋은 재미있는 구성이었지만
머리 한구석을 슬쩍슬쩍 건드려주시는 맛이 제법이더군요.
반신자유주의,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까지는 아닐지언정
씁쓰레한 우리네 삶을 미니홈피처럼 투영해주는 측면은 차고넘치지 싶습니다.
오로지 ROI만을 계산해 만든 상업영화들이 판치는 가운데,
제작자(감독이건 작가건 배우건 누구건간에)의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는 점이,
그리고 그것이 나름 잘 포장돼 있다는 점이 꽤나 반갑습니다.
일단 추천합니다. 큰 기대 안하고 본다면 특히 그럴 것 같네요.
# 상상을 해봤습니다. 즉흥적으로 이야기 짜내기를 즐겨하는데요.
그래서 구라쟁이 취급도 가끔 받는 제가 '밤섬'을 무대로 이야기를 만드는 겁니다.
"저게 밤섬이라는 섬인데 마랴. 자살하려고 떠내려간 사람이 저기에 걸려서 살아남은 적이 있었어"
"근데, 이 엄청난 도시 한가운데에 구해러주는 사람도, 소통할 사람도 없는거야.. 어쩌구저쩌구... "
충분히 가능도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난 왜 저런 생각을 못했나 싶더군요.
예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라는 소설을 보고도 같은 생각을 했었죠.
쾌락중추에 대한 쥐의 반응을 다룬 실험을 접했으면서도 나는 왜 더이상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했을까라는 일종의 자책이랄까요.
근데요.
제 상상력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겠습니다만,
저게는 늘상 다른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던 같습니다.
밤섬을 가끔 볼 때면, 오로지 '땅값'만 떠올랐던 거죠.
'저 땅이면 몇 평이고, 얼마는 나갈텐데, 아차 장마가 오면 무용이물이구나.... 그러면 시멘트 구조물로 좀 받쳐주면 쓸만하지 않을까? 이렇게 저렇게 써먹을직할 것 같은데... '
제가 이명박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요.
가끔 그의 진저리나는 사고방식이 저에게서도 선명하게 발견되기 때문일 겁니다.... 쩝....
'일상 소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과 사람, 일상 생활에의 위로 'UP' (0) | 2009.12.17 |
---|---|
2009 송년회 (0) | 2009.12.13 |
현실의 위대한 무게감 '사랑이 머무는 풍경' (0) | 2009.12.01 |
뽈뽀리 스쿠터 입양 (1) | 2009.11.01 |
인사동 고갈비집 (4) | 2009.10.14 |
오랜만에 본 시험 - 톡트(TOCT) (0) | 2009.07.19 |
일상 (0) | 2009.03.26 |
두근댔던 기억 하나~ (0) | 2009.02.16 |
[스포일러 有] 왕따의 회상... '아메리칸 크라임' (0) | 2009.01.25 |
인간의 강인함에 대하여... 눈먼 자들의 도시(Blindness) [스포일러 있음] (0) | 2009.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