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20여년 된 것 같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자전거를 두 번 도둑맞고 나니 더이상 자전거를 살 엄두가 안나더군요.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고등학생 라이더에 입문했던 이유입니다.
물론 명분은 '더 공부를 열심히 하기 위해서' 였지요. ^^
몇 번의 설득 끝에 허락해주신 부모님도 대단합니다.
불광동 비탈길에서 시동 걸고 출발할 때면 뒤통수 너머로 느껴지던 어머님의 걱정스러운 눈빛이
20년 간 무사고로 바이크를 탈 수 있도록 해준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50씨씨 택트로 시작된 바이크 라이프는 이후 125cc를 거쳐 250, 400, 750급까지 대략 십수 종의 기종을 섭렵하기에 이릅니다.
대학 시절에는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일주도 세 번 정도 했습니다. 요새야 뭐 워낙 많이들 하는 것 같습니다만...
가장 최근에 탔던 기종은 혼다 CB400SS라는 레어모델이었습니다. 참 마음에 드는 놈이었죠. 이를 탐내하시는 형님에게 넘기고 다시 바이크를 장만했습니다.
대림 에이포라는 50cc 뽈뽀리 모델입니다.
예전에 효성 MX라는 전설의 투싸이클 바이크 이후 다시는 2행정 엔진을 탈 일이 없지 싶었는데,
어찌어찌하다보니 다시 처음 탔던 택트와 비슷한 기종을 타게 됐습니다.
20년만의 귀환이네요 ^^
대배기량 바이크의 폭발적인 가속감과 안정감도, 신호 대기 시 운전자들을 흘끔거리게 하는 뽀대도 없습니다만, 부담없이 휘두르고 마실 다니는데는 그만입니다.
그리고 헬맷을 담아둘 수 있는 트렁크가 있다는게 이렇게 반가울지 몰랐습니다.
그렇습니다. 나이가 든 겁니다.
언젠가는 바이크에 바리바리 짐 싣고 세계일주 한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나름 우선순위 높은 소망 중 하나였습니다.
바이크를 입양할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혹시 이놈이랑은...' 하는 상상이 들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놈은 그런 희망을 아예 접게 만듭니다.
말썽 피우지 말고, 사고 나지 말고 그저 무난히 굴러가는 정도로 만족하지 싶습니다.
어쩌면 꿈도 함께 접혔는지 모르겠습니다~ ^^
* 전국일주 시절 형님과 제주도 1100 도로에서 찍은 사진 하나 올려봅니다. 95년 쯤일 겁니다. 빨간색 고무 목장갑, 보이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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