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서너 편의 시리즈로 올릴 예정입니다. 오늘은 몹시도 사랑했던 고양국제고에 입학한 후 특목고의 실체를 절감하고 올린 글을 포스트해봅니다. (카페 글 중 일부를 수정했어요~~)
먼저 2020년 1월 3일 국제고 합격 후 신나하는 게시글부터 갑니다.
그러나, 같은 해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2020년 12월 26일, 아래와 같은 게시물을 올리게 됩니다.
긴글주의) 국제고 합격 후 기대와 180도 달랐던 1년 생활 후기(부제: 특목고 실체)
*특목고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성향에 따라 특목고생이 천직인 학생도 있으니, 제 글이 특목고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또 제 개인적인 생각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글이 좀 많이 깁니다. 바쁘신 분은 회색 글씨 부분을 무시하고 읽으셔도 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고양국제고 10기 재학생입니다.
저는 간절함, 절실함 등의 단어로 표현하기 부족할 만큼 고양국제고를 절박하게 원했습니다.
중학교 시절의 저에게 고양국제고는 저의 우주였고, 저의 전부였습니다. 고양국제고는 저의 모든 감정, 행동, 생각, 태도를 지배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 3년간 제 모든 것을 불태워 고양국제고를 준비했습니다. '목숨 걸고 한다'라는 표현이 장난도, 과장도, 비유적 표현도 아니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급식을 굶고 공부하는 것은 예삿일이었으며,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 심지어는 이동수업 때 복도를 이동하면서까지 모든 자투리 시간을 공부에 쏟아부었습니다.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공부에 매달렸고, 바쁠 때는 하루에 16~17개 되는 할 일들을 처리한 적도 많았습니다. 새벽 4시에 잔 적도, 새벽 4시에 일어난 적(방학 때)도 꽤 있어요. 근데 이게 다 내신 공부였습니다. 선행 거의 안 했어요...
공부만 했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게, 저는 비교과에서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공부랑 달리 비교과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전혀 잡을 수가 없었고, 그래서 너무 막막했지만, 어떻게든 생기부를 채우고자 노력했습니다. 주말마다 광역버스를 타고 봉사활동을 하러 갔고, 중3 때는 전교에서 유이하게 자율동아리 2개 부장을 맡았으며, 3년간 생기부에 적어 준다는 활동이면 뭐든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참여했습니다. 선생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제가 엄청 좋아하는 화장도 딱 끊고(색깔 립밤도 안 발랐고 졸업사진 찍는 날에도 화장을 전혀 안 했어요) 학교 교칙을 숭배하다시피 하며 살았습니다. 그때 반에서 저만 화장 안 했고, 저만 치마 안 줄였어요. 저도 하고 싶었는데... 어쨌든 이렇게 살다 보니, 1~2학년 때 생기부를 어떻게 채워야 되나 우왕좌왕했음에도 불구하고 생기부가 도말 후 10장은 나오더라고요.
3학년 2학기가 레전드였습니다. 당시 저는 시간이 없어서 내신 공부는 별로 안 하고 하루에 7~8시간(평일 기준...)을 자소서와 면접 준비에 투자했습니다. 자소서를 7번 갈아엎고, 내용 수정본은 150개 가까이 되며, 내신 시험이 끝난 직후를 제외하면 거의 매일 자소서를 수정했습니다. 7월부터 시작한 면접 준비는 자소서 준비보다 더했습니다. 아무리 졸라도 부모님이 면접 학원을 안 보내주시자, 저는 긴장감을 갖고 면접 연습을 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 특단의 조치란, 학교 애들 앞에서 면접 연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심심해하던 애들이 몰려들면서 절 구경하면, 저는 그 시선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면접을 연습했습니다. 그래야 실전처럼 연습이 되니까요. 저는 이 연습을 12월 한 달 동안 단 이틀을 제외하고 매일 했습니다. 부담스럽고, 하기 싫고, 괴로웠지만, 합격하고 싶다는 열망이 더 강했거든요.
면접은 잘 봤습니다. 같은 말을 반복한 것 같긴 하지만(...) 입이 저절로 움직이면서 한 번도 안 끊기고 말이 술술 나왔고, 시간도 정확하게 맞췄고, 바른 자세로 계속 미소지었고,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잘 봤는데도, 끝나고 나니 갑자기 다리에 힘이 확 풀려서 주저앉았습니다. 체육관에서 집에 갈 때까지 기다리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려 했습니다. 고양국제고만 바라보며 미친 듯이 달렸던 3년이 스쳐지나가면서 뭔가 허무하기도 했고, 면접을 그럭저럭 잘 봤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다행스럽게 느껴져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저는 고양국제고 10기에 합격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치열하게 살았던 이유는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가지고 고양국제고를 열망했기 때문입니다.
왜 저는 고양국제고를 그토록 간절하게 원했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학교처럼 보였거든요. 너무 멋있고 예쁘고 화려해 보였거든요. 지상 최고의 천국처럼 보였어요. 특목고 합격만으로 제 인생이 성공할 줄 알았어요.
일반고를 가기에 몹시 곤란한 개인 사정도 있었고, 무엇보다 고양국제고를 가면 엄청나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멍청하고 부끄러운 망상이지만...
선발형 고등학교 합격생이라는 자부심
이에 따른 자존감 상승
예쁜 교복과 멋진 시설, 간지나는 학교 이름
고입 성공 경험에서 나오는 대입에 대한 자신감
학교 네임밸류를 통한 쉬운 명문대 진학
좋은 학습 분위기
열정적인 교사진
학교 시험이 수능형이라 내신 공부가 곧 수능 공부
풍부한 비교과와 생기부를 통한 완벽한 학종 대비
수시와 정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음
학교의 어마무시한 입결
학교와 도보 1분 거리인 기숙사 생활
부모님의 잔소리가 없으며, 공부가 잘 되는 기숙사
중학생들의 우러러봄
심화 사회 과목, 별로 많지 않은 과학 과목(옛날부터 저는 뼛속까지 문과였고, 사회를 좋아하고 잘했어요)
부모님의 자랑거리
내신을 따기 어렵긴 한데 오히려 그 사실을 아니까 1등급에 집착 안해도 됨
시험 어려워서 한두개 틀려도 등급 괜찮음
최소 3년은 지속될 합격의 기쁨->평생 동안 행복함
노력이 보상받음->의욕이 생겨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됨
중학교 때 사이 나빴던 애들한테 복수
이것보다 더 많았던 것 같은데, 1년이나 지나서 기억도 안 나고, 무엇보다 쪽팔려서(...)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
진짜 지금 보니까 과거의 저랑 진지하게 한판 싸우고 싶네요. 대체 왜 그런 착각에 빠져 살았을까요.
현재 저의 상황을 근거로 말씀드리자면, 저기 위에 적힌 거 두세 개 빼고 다 제 예상과 빗나갔습니다.
아예 틀린 것도 있고, 제 예상과 들어맞긴 하지만 제가 생각한 그런 게 아니었던(...)것도 있고, 며칠 못 간 것도 있고,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장점이지만 저에게는 단점인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예상과 들어맞은 두세 개는...별 의미 없습니다...교복이랑 시설이랑 학교 이름은 삶의 질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요...도보 1분 거리인 기숙사 생활이 그나마 좀 의미 있는 것 같기도 한데...그냥 지금 보니까 웃기네요.
선발형 고등학교 합격생이라는 자부심요? 자존감 상승이요? 대입 자신감이요? 합격의 기쁨이 뭐 평생 행복하다고요? 노력이 보상받아서 의욕이 넘쳐난다고요? 네 3주도 안 갑니다 앞서 말했듯이 저 이 학교 되게 간절하게 원했고 진짜 열심히 살았고 되게 우월감에 쩔어있던 학생인데ㅋㅋㅋ 저 중 몇 개는 3주 이상 가기도 한 거 같은데...1학기 기말고사 끝나니까 싹 다 증발해버렸습니다. 그나마 1학기에는 멘탈관리에 국제고 합격을 어떻게든 꾸역꾸역 우려먹었는데 2학기 되니까 억지로 우려내는 것도 안 되더라고요.
그리고 대학 입시 말인데요...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학교 네임밸류보다 내신 따기가 더 어려워요...학교 시험이 수능형인 것도 좋은 건 줄 알았는데, 달달달 외우는 것밖에 할 줄 모르던 저에게는 치명적이었습니다. 외부 자료가 심하면 90% 이상 나와 고도의 사고력을 요구하는 국영수는 그렇다 치고, 암기 과목까지 수능형으로 나오니까 아주 미치겠습니다. 분명 다 외웠는데, 처음 보는 그래프, 처음 보는 지도가 나오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찍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아는 게 나와도 틀리는데, 시험 문제가 말장난처럼 교묘하게 나오니까 헷갈려서 너무 짜증납니다. 근데 애들은 이걸 또 100점 맞습니다. 암기과목은 하나 틀리면 두 등급 떨어져서 3~4등급 나와요. 저 한국사 시험 답 고치는 바람에 100점 놓쳐서 두 등급 떨어졌습니다ㅎㅎ...1학기 때는 "괜찮아 5등급도 서울대 가는 거 아냐? 뭐 큰일 안 나겠지~"라고 웃어넘기던 멍청한 저도 제 예상의 5분의 1밖에 안 되는 학교 입결을 보고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교 입결을 직시하니, 상위 10%, 못해도 15%는 되어야 스카이를 갈 수 있었습니다. 스펙 괴물들을 감안한다면 안정적으로 스카이를 가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잘 해야겠죠. 생기부 반영 항목이 줄어들고, 학종이 축소된 걸 감안한다면 저희 입결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당장 올해 입시만 봐도...
이 냉정한 현실을 깨달은 제가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1, 2등급에 엄청 집착하며 중학교 때보다 더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모든 암기과목에서 각각 사이좋게 한 문제씩 틀린 저는 어떻게든 2등급 끄트머리라도 걸치기 위해 수행평가에 악착같이 매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행평가...드디어 나왔네요 제 학교생활의 만악의 근원...이거 하나로 한 문단 채울 수 있습니다...
모든 과목에서 쏟아지는 수행평가는 양과 질이 모두 끔찍하기 짝이 없습니다. 진짜 너무 싫습니다.
이건 공부를 잘 한다고, 누가 가르쳐 준다고 되는 게 아니라...그냥...학교는 처음부터 만들어진 인재를 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글쓰기, 말하기, 모둠활동, 토론, 발표.......모두 제 성향과 0.1도 맞지 않는 것들이라 하면서 너무 괴로웠습니다. 뭘 어떻게 해야 되는지 감도 안 잡히는 걸 대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집에서 수행평가를 준비할 때는 답답하고 괴로운 마음에 막 욕하고 소리질러가면서 합니다. (기숙사에서는 룸메들 피해주면 안 되니까...그냥 복도에 나가서 조용히 울면서 합니다ㅋㅋㅋㅠㅠ) 다른 학생들은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솔직히 제 개인적으로는 이런 거 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공부하기에도 바쁜데 수행평가가 매일같이 저를 짓누르니, 정시 준비는 당연히 안드로메다로 떠났고요(...).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나름 시간관리 잘했는데, 이 고난이도의 수행평가를 감당할 수가 없어 매일 시간에 쫓기며 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저랑 안 맞는 건 둘째치고, 제가 납득할 수 없는 채점 기준과 평가 요소 때문에 화병 걸릴 것 같아요. 제가 성향이 예민하고 사소한 거에 너무 집착해서 그런 경향도 있긴 하지만, 저 정성평가 되게 싫어하거든요. 국제고 입시 준비할 때 불확실성에 스트레스 받았던 게 트라우마가 된 거 같아요. 무슨 '논리성', '객관성', '주제 이해' 이런 걸 대체 어떻게 평가한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제가 왜 감점당했는지 알 수도 없고, 그냥 점수에 싸인하라고만 하고, 0.1점 가지고 집착하지 말라는 소리나 듣고, 억울했지만 그냥 수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글쓰는 거랑 개인활동은 그냥 참고 하겠는데 모둠활동, 토론, 발표는 소심하고 소극적인 제 성향에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중학교 때 모둠활동에서 버스 운전사 역할만 하고, 함께 협력할 줄 몰랐던 저는 고양국제고에 와서 수많은 모둠활동과 토론에 잘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함께 버스를 운전하는 법을 몰랐거든요. 지필고사는 각오를 어느 정도 하고 갔는데, 전혀 예상치 못하게 제 뒤통수를 친 수행평가는 1년간 가장 큰 스트레스였습니다. 수행평가한테 목숨 걸기 싫어서 지필고사 100점을 맞으려고 정말 열심히 외워도 100점이 안 나오니, 불확실하고 애매하기 짝이 없는 수행평가한테 집착해야 하고, 그래봤자 100점인 애들을 수행평가로 뒤집을 수 없는 것, 진짜 비참하더라고요. 만점자 들러리가 된 것 같았어요. 아무리 수행평가를 열심히 해도 지필고사에서 하나 틀린 저는 상한선이 3등급이라 의욕도 안 생겼고요.
음 그리고 아까부터 자꾸 제가 성향 성향 하는데요, 이곳에 거의 적응하지 못하는 제 성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거랑 많이 일치하시는 분은 특목고 진학 다시 생각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자기주도적이지 못하고 부모님에게 의존함(학원 안 다니고 잘 하는 것 같아도 부모님이 외출하시면 바로 딴짓함)
부정적이고 자존감 낮음
사소한 것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하고 예민함
남이랑 스스로를 엄청나게 비교함
그래서 옆에서 누가 공부하고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으며, 공부 분위기가 나빠야 더 공부 의욕이 생김(...)
대인관계가 폭넓지 못하고 아싸임
배움의 열정이 없음(딱 지필고사 출제 범위만 공부)
팀워크나 리더십 1도 없음
소심하고 쉽게 상처받으며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함
체력이 약해서 하루에 8시간 자도 피곤함
사람들과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음
스트레스 관리력이 낮고 멘탈이 약함
회복탄력성이 낮아 실패를 극복하지 못함
대학 눈만 지나치게 높음
고등학교를 대학 갈 수단으로만 생각함
생각이 상당히 극단적이고(100 아니면 0) 100에 못 미치면 포기해 버림
정성평가보다 정량평가를 선호함
학종으로 갈 생각 없음 정시파임
선행 거의 안 함(특목고 합격만 하면 알아서 명문대 갈 줄 알고 비교과와 중학교 내신에만 죽어라 매달림)
그냥 딱 봐도 아 얘는 특목고 오면 안 되는구나 싶죠ㅋㅋㅋㅠㅠ 중학교 때 블로그나 카페글에서 '특목고 오면 안 되는 아이' 같은 글에서도 이런 거 많이 봤는데요, 특목고의 환상에 빠져있던 저는 그걸 그냥 무시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대체 제가 앞서 길게 설명한 것뿐만 아니라, 다른 거의 모든 제 기대들도 산산이 부서졌는데, 이건 그냥 간단하게 얘기하겠습니다.
부모님의 잔소리가 없으며, 공부가 잘 되는 기숙사
->앞서 말했듯 부모님이 없으니까 공부가 더 안 됩니다. 차라리 집이 나아요. 게다가 기숙사 오면 거의 밤 10시라 그런지 녹초가 되어서 체력이 약하니까 공부고 뭐고 그냥 폰 만지다가(...)잡니다...그리고 기숙사에 있으면 부모님이랑 반려견이 너무 그리워요ㅜㅜ
중학생들의 우러러봄
->저는 중학교 때도 아싸 of 아싸였는지라 아는 후배도 없고요, 코로나 때문에 중학생을 만날 기회가 1도 없었습니다ㅎㅎ...그리고 저 스스로의 자존감이 중요하지,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심화 사회 과목, 별로 많지 않은 과학 과목
->유일하게 저랑 잘 맞는 점이긴 한데요, 여기 와서 보니까 전 사회도 못하더라고요ㅋㅋ 과학은 더 못한다는 게 함정
부모님의 자랑거리
->제가 이 학교에 적응 1도 못해서 부모님도 스트레스 받으시는 것 같아요...
중학교 때 사이 나빴던 애들한테 복수
->음...합격한 당시에는 고소하긴 했는데요...소식 들어보니까 중학교 때 제 점수의 절반이었던 애가 일반고 가서 수학 100점이라고 하네요. 이제 제가 얘 점수의 절반 가까이... 선행 좀 할걸
학교가 저랑 안 맞고, 제가 부족하다는 것을 매일 뼈저리게 느끼고, 다른 학생들은 잘 사는 거 같은데 학교에 도저히 적응이 안 되고, 수행평가 때문에 환장할 것 같고, 열심히 했는데 성적은 안 나오고, 그런 성적을 보며 의욕이 떨어져서 무기력해지고, 그러니까 성적은 더 안 나오고, 1년간 괴로운 순간은 수없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고양국제고에 대해 제가 가졌던 모든 환상과 기대가 처참하게 부서지는 것, 그래서 중학교 때 저의 엄청났던 노력에 절절한 회의감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제 전부였던 고양국제고가 제 기대를 배신하니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에 기대야 할지 몰랐습니다. 이건 학교 잘못이라기보다는 바보라는 표현도 아까울 만큼 멍청했던 제 잘못 같아요ㅋㅋ
1학기 초에는 특목고생이라는 자만심에 빠져서, 이후로는 중학교 3년간 사랑했던 이 학교에 정을 1도 못 붙이며 방황하느라 공부도 중학교 때보다 안 한 주제에 뭘 했다고, 1년간 참 힘들었습니다.
특목고를 준비하시는 후배 여러분은 저처럼 이상한 우월감이나 자만심, 또는 특목고에 대한 비현실적인 환상을 가지고 저와 같은 방황과 괴로움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써 봤습니다. 여러분은 본인의 성향과 특목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이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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