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소소2023. 1. 6. 12:50

 

 

 

어느덧 딸내미의 입시 이야기 마지막 편입니다.

 

수능 직후 올린 글(2022년 11월 18일)과 합격 이후 올린 후기(2022년 12월 16일)입니다. 

 

일일이 까페글을 캡처하고

OCR로 인식시키고,

취소선을 애용하는 딸내미의 '나무위키 문체' 덕분에 타이핑해야 했던 작업도 끝났네요.

 

팔불출 자랑겸, 오다가다 방문하실 학생/학부모들에게 정보가 될 겸해서 게으른 몸을 움직여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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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끝나고 왔어요 오랜만이네요

 

 

 

새로 팠던 계정이 지금 로그인이 곤란해서 여기로 왔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3학년 1학기 성적은 땅에 처박았고(...)

수능은 대박치고 왔습니당.

질문하신 분들 지금 보니까 많으셨는데 잠수 타느라 못 봐서 죄송해요ㅠㅠ

그럼 잠도 안 오고 하니까 그동안 있었던 일들만 얘기하고 갈게요

저는 항상 내신에서 등급 문을 닫았어요 등급 운 하나는 제가 봐도 기가 막히게 좋았죠

근데 3학년 1학기는 8과목 중 한 과목을 빼고 다 문을 연 거에요 그중 3개는 무려 1....ㅋㅋㅋㅋ

특히 결정적으로 좌절스러웠던 건 온클과 전면등교의 성적 차였어요

공부 제대로 시작한 2학년 기준으로 성적이 이랬거든요:

 

2-1 순수 중간 1.2(격주등교)

2-1 순수 기말 1.0(격주등교) *최종 1.4는 수행 망해서

2-2 순수 중간 1.0(격주등교)

2-2 순수 기말 2.7(전면등교)

3-1 순수 중간 2.7(전면등교)

3-1 순수 기말 2.7(전면등교)

 

...그래도 3학년 1학기는 나름 멘탈관리도 하려 했는데, 반올림 기준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2-2 기말이랑 똑같으니 이건 뭐...솔직히 너무 잔인하게 느껴졌죠 눈물도 안 나오고 그냥 웃겼어요

7월부터 11월까지 넉 달 중 석 달을 아예 공부를 안 했어요

사실 내신이 망하든 말든 안 하려고 했어요 공부라면 신물이 났고, 수능 공부하기 싫어서 내신에 목숨 걸었던 거에요

근데 내신도 불명예스러운 역브이자 곡선으로 마무리했으니 공부가 진짜 꼴도 보기 싫었고요

어느 정도였냐면...고대 학우 최저 4 7을 맞추면 스카이에 무조건 갈 수 있었지만 그냥 그거 포기하고 서성한 가도 상관 없다는 마인드였어요

 

그런데 황당하게도 9모가 21111이 뜬 거에요 전교 2등이었어요

사실 이때도 잘 나오라는 내신은 안 나오고 왜 올0맞아도 상관없는 가짜 시험만 잘 나오는 거지 싶어서 화났어요

그리고 담임선생님이 제 9모 성적을 보시더니 저보고 공부하라고 계속 그러셨는데...선생님 앞에서만 하고 공부 계속 안 했어요

그렇게 9월 마지막 날이 되었어요 이날 제 생일이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50선 깨져서 조금 쫄리긴 했어요ㅋㅋㅋ

어쨌든 이날 학원 선생님이 생일 축하한다고 깊티를 보내주신 거에요

이때부터 묵혀뒀던 죄책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죠

결국 10월 중순, 수능이 채 5주가 남지 않은 시점에 저는 가정학습을 썼어요

그게 뭐?’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한테는 정말 큰 결심이었어요

 

3학년 2학기라 더 이상 수행도, 활동도 하지 않는 학교는, 엄마 눈치를 볼 필요 없이... 마음대로 게임하고 자고 친구들과 노는 천국 같은 곳이었거든요

룸메들도 가정학습 써서 혼자 1인실 쓰는데 정말 지상에 강림한 최고의 천국이라고 느껴졌어요 입학 후 처음으로 학교 온 보람이 느껴질 만큼요 그건 정말 저에게 소중한 감정이었어요. 제가 놀면 놀수록, 특목고 진학을 위해 했던 노력들, 피눈물을 흘리며 수시를 챙겼던 그 모든 노력들이 진정으로 보상받는 듯한 달콤함을 느꼈으니까요

그러나 저는 마지막 한 달이라도 학원 선생님께 부끄럽지 않은 수험생활을 하기 위해 제 손으로 천국을 버리고 집에 왔어요. 수능 전 마지막으로 학교에 있는 날 밤에 심란하고 착잡해서 트랙을 30분 넘게 돌았던 기억이 나네요.

 

'한 달 벼락치기로 문과 충족률 0.28%라는 고대 최저를 맞출 수 있을까?'

'남은 한 달도 그냥 놀고 싶은데...이러려고 수시 챙겼는데...'

'어차피 내 1지망은 고대 아니고 연대인데(...)'

 

별의별 생각과 함께 집에 왔고...집에서는 면접 연습도 1시간씩 하고 공부도 3~5시간 정도 했어요

내신 때 기본 11시간이었다면서, 고작? 싶을 수도 있겠지만 노력에 데일 대로 데이고 체력도 박살난 저에게는 그것도 힘들었어요 애초에 3학년 2학기 때 공부하는 건 1년 전부터 계획에도 없던 일이었고요

학교에서 밤새 게임하던 패턴도 뜯어고쳐서 수능을 위한 아침형 인간으로 만들었고 3년간 자던 낮잠도 안 잤어요

그리고 스카이 중 두 곳의 1차 합격 발표가 났어요 경쟁률 20:1짜리 고대 계적도 1차 붙었고, 특히 연대 활우 1차 붙었을 땐 진짜 날아갈 것 같았어요 문제는 항상 자신 있던 연대 2 4가 갑자기 쫄리기 시작했다는 거...ㅋㅋㅋㅋ 그리고 계적 면접 말아먹었다는 거....ㅇㅁㅇ

마지막 학원 수업도 듣고(확통인데도 수능 높2로 막은 건 학원 덕이 매우 큽니다 자세한 건 나중에...) 예쁜 홀수형 수험표도 받고 수능을...보러 갔죠...

 

수능 후기는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쓸게요 일단 지금은 간략히

 

국어: 잘봤다고 삘이 왔음 애초에 역사철학+정법+생명과학 지문에서 게임 끝

=> 안정1나옴

수학: 문과생답게 열심히 찍음 아침밥먹을때 찍기특강 보고간거 적재적소에 활용함

=> 2나옴 수학이 제일 반전 많고 스펙타클했음ㅋㅋㅋㅋㅋ공통 역대급으로 잘보고 확통 역대급으로 망하고...

영어: 30번대 후반에서 말려버림 새됐다 싶어서 핵당황

=> 안정1 나오긴 했는데 평소보다 원점수 낮음

한국사: 10분만에 풂 사흘 벼락치기의 기적

=> 만점나옴(참고로 9모에서는 한국사 4등급이라 45인데도 고대 최저 못 맞춤ㅋㅋ)

생윤: 하나 풀고 하나 찍고 걍 풀면서 욕 오지게 함

=> 2나옴 사실 30점대 아닌거에 감사함

사문: 뒤지게 어려웠음 멘탈 나가고 심지어 손도 못대고 찍기까지 함

=> 1나옴 원점수가 살면서 처음보는 사문 점수..ㅎㅎ 1뜬것도 열라 신기함

스페인어: 거의 다찍고 잠 엎드려서 사문생각하다가 눈물나옴

=> 6등급나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고대 최저 안들어가요 걱정ㄴ)

 

결론 121121 4 5.5(4 6으로 들어가요)+한국사 1등급으로 고대 죽음의 최저를 낭낭하게 맞췄어요 연대도 당연히 맞췄고요 22ㅋㅋㅋ

 

학원 선생님이 전화로 칭찬해주셨는데 진짜 남은 한 달이라도 공부하길 잘 한 거 같고...온클 없어도 저는 잘 할 수 있다는 게 마지막에라도 증명되었네요ㅎㅎ...

제가 저를 계속 싫어하고 과소평가했던 건 중학교 때의 누적된 실패 탓이 큰데...고등학교 와서 그래도 전교 1등도 해 보고 수능도 잘 봤고 전반적으로 잘 살았으니 그건 이제 잊어버리려고요

학원 얘기 나와서 그런데 이제 학원 추천 못 드려요...못 드린다기보다는 정보가 바뀌어서(?)....저 수학 내신 5등급에서 수1 2 확통 1등급 만들어주신 선생님이 그 학원 그만두신대요...

...학원 입결이 곧 선생님 입결이라 그거 올릴려고 공부 열심히 했는데....ㅇㅅㅇ

어쨌든 길고 두서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남은 면접도 잘 보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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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내미도 틀렸다는 사회문화 10번 문항. 오답률이 97.6%라더군요. 참고로 오답률 2위 문항은 70% 이하의 값이랍니다.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역시나입니다. 전 1분 30초 내에 풀 자신이 없습니다.시간 배분 감안해 좀 더 넉넉히 잡아도 마차가지입니다. ^^;;

 

 

 

벌써 새내기 대학이라는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곰돌이 인형 하나 받아오더니 밤 11시에 남긴 인증샷

 

 

 

 

 

여전히 운이 좋아 붙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팔할입니다.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금 안타깝습니다. 학교 선생님도 특정 과목에 대한 딸내미의 역량에 대해 '머리가 트였다'라고 말했다는데 말이죠. 좀더 자신감을 가지고 불안에 쫒기지 않기를, 계절마다 피어나는 주변의 풀꽃 살펴볼 여유를 가진 채 즐기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래봅니다. ----  딸내미 피셜 '명문대 진학을 압박'했던 아빠가 못내 서운해 뒤끝을 남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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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국제고 10기의 서울대 23학번 합격수기

 

 

 

안녕하세요 저는 고양국제고 10기 졸업예정자이자, 올해 서울대 사범대학 일반전형 합격생입니다.

고양국제고만을 바라보던 중2때 이 카페를 처음 가입했는데 벌써 대학 합격수기를 쓰고 있네요.

3년의 과정을 먼저 요약하고, 대입에 대한 저의 생각을 이야기해볼게요:)

3년을 대강 아시는 분들은 스크롤 쭉 내려서 대입에 대한 제 생각만 보셔도 충분할 것 같습니당. 회색 글씨는 제 다른 글들에도 있는 내용이에요~

 

이전 글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 고등학교 생활은 그리고 내신 성적도 굴곡이 심했습니다.

처음 국제고에 합격했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줄 알았는데, 이게 오만과 보상심리로 이어져 1학년 성적은 그렇게까지 높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힘든 고입이 끝났으니 놀고 싶었거든요. 번아웃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지치고 힘들고 그냥 놀고 싶은데, 고입 성공의 달콤함에 언제까지나 안주하고 싶은데, 학교는 워커홀릭에 가까운 치열한 생활을 요구하니 보상심리를 넘어 피해의식(...)까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제 발목을 크게 잡았던 것은 실패에 대한 지나친 공포였습니다.

성공을 하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실패만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중학교 때 '열심히 했는데 망했던' 시험들에 관한 트라우마도 많았고, 무엇보다 국제고까지 왔는데 더 이상 실패의 위험이 있는 도전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사실 리스크가 큰 국제고 입시 과정이 워낙 험난하기도 했지만...그 과정을 받아들이는 저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감을 얻었다면 좋았을 텐데, 저는 도리어 '국제고는 어쩌다 운 좋게 붙은 것이고, 다음에는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그냥 뭐든지 안전하게 가자.'라고 여겼습니다. 중학교 때 시험들에서 거의 항상 실패만을 거듭했던 것도 이러한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쳤던 것 같네요...

앞서 말한 요소들에, 어려서부터 유난히 심했던 불안증이 더해지니 정말 답이 없었습니다저는 6살 때부터 나중에 혼자 힘으로 어떻게 먹고살지 걱정했다죠


1학년 1학기, 솔직히 공부 정말 안 했습니다.

시험범위도 다 안 보고 들어간 과목이 수두룩했습니다.

그나마 잘한 것이라고는 야자 2시간동안 온전히 집중한 거. 사실 이게 다였습니다ㅋㅋㅋㅋ

그마저도 엄마 없는 기숙사에 들어가면 절제를 못하고 새벽까지 핸드폰을 했습니다.

첫 중간고사 때 수학 107등이었는데, 등급으로 환산하면 중하위 5등급이었습니다.

그러나 기말고사가 합산된 첫 학기 내신은 뜻밖이었습니다.

전교과 3점대 중후반, 국영수 4점대 초중반.

선행도 거의 안하고 들어가서(그래서 국영수 성적이 저렇죠^^;;) 그냥 반포기 상태였는데, 뭔가 공부 지지리도 안한거 치고 굉장히 만족스러운 점수가 나온 겁니다.

그래도 성적을 올리고 싶었기에 부모님을 설득해서 수학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제가 맨날 정보 알려드렸던 그 학원 맞습니다.

저는 따뜻하고 친절하신 학원 선생님이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제가 정신적으로 많이 약해져 있어서...자그마한 호의에도 쉽게 마음을 주는 경향이 있긴 했지만, 그때 학원 선생님께서 저를 챙겨주신 것은 크면 컸지 결코 작은 호의는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선생님의 가치관은 저의 모든 학업 관련 트라우마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가치관이었습니다. 학원 선생님과 함께 있으면 중학교 때의 저를 덜 미워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선생님의 기대대로 1학년 2학기에 수학 2등급을 받기 위해 나름 열심히 했으나...가채점 결과 1학년 1학기 중간기말 성적과 비슷한 70점대 중후반이 나왔습니다.

중학교 때의 트라우마가 슬슬 자극되기 시작했습니다.

트라우마에 취약한(...) 저는, 열심히 했다가 망하느니 그냥 처음부터 대충 해서 망하는 게 낫겠다는 해괴한 생각의 굴레에 다시금 빠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1학년 2학기 수학은 단 3등 차이로(...) 3등급이 나온 데다, 간발의 차이로 2점대까지 놓치게 되었습니다.

이때 반성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라는 학생이 대체 뭘 어떻게 해야 공부를 제대로 할지도 고민해 보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는 애정에 대한 욕구가 정말 큰 편이었습니다.

반면 대학은 당장 와 닿지도 않았고, 당시 저는 제가 국제고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했기에 혹시나 대학도 그저 신기루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의심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학 3등급도 괜찮다고 따뜻하게 위로해주시는 학원 선생님을 보며 마침내 저는 나름 큰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학원 선생님을 행복하게 해드리기 위해, 열심히 했다가 망하는 거나 트라우마 같은 건 그냥 무시(!)하고 정말 최선을 다하기로 한 것입니다.


예비고2 겨울방학 때는 하루에 평균 12시간 반을 공부했습니다. 단 하루도 11시간 밑으로 공부한 적이 없었네요. 아마 이중 7~8시간은 수1과 수2 공부였습니다. 2학년 1학기 때도 평일 평균 공부시간이 8시간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학교에 있는 주간에는...하루에 두 끼를 굶고...공부...공부를 했습니다...

이 모든 살인적인 스케쥴은 당시의 제가 그나마 체력이 그 이후보다는 어느 정도 있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격주등교로 인한 온클이 있었기에 가능했었죠...

결국 내신 1.4로 전교 1등을 했는데, 당시 학원 선생님께서 너무 좋아하셔서 저도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 이후 신나게 내리막길(......)을 걸었죠......

2 2학기는 전교 1등 부담감+전면등교 부적응으로 인해 정말 정신건강이 나락까지 갔습니다.

전면등교라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혹독한 환경에 적응하려면 공부 패턴을 바꿨어야 했는데, 저는 전교 1등을 했을 때와 똑... 살아야 한다는 희한한 강박을 갖고 기존의 방식을 고수했습니다.

전면등교는, 한 달 약 30일 중 20일을 학교에 갑니다. 그 기간 동안 하루에 한 끼만 먹으면서, 한시도 쉬지 않고 공부만 했는데...상상만 해도 끔찍하시죠...? 이때 정신건강과 체력이 모두 크게 망가졌습니다.

2022 수능으로 인한 1주 반의 온클이 아니었으면 전 정말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지도 몰라요.

이렇게 끔찍스러운 전면등교 하에서도 최선을 다해 격주등교 시절과 비슷한 공부 패턴을 유지했으나, 기말고사(전면등교)는 중간고사(격주등교)에 비해 성적이 3배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중간고사가 빡세게 커버쳐줘서 2학년 2학기 내신은 꽤 잘 나왔으나, 문제는...

제가 2년간 우려했던 게 현실로 다가왔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내신이 노력한 거에 비해 잘 나왔던 것은 모두 온클빨이었다는 것,

그렇기에 전면등교하는 3학년 1학기 때 내신 대폭락이 자명하다는 것.


그래도 나름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려고 했습니다.

3학년 1학기는 수시러에게 수능보다 중요하다고 그때는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나 망가진 체력은 의지를 뒷받침해주지 않았고, 제 예비고3 겨울방학은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습니다.

3학년 1학기가 마지막 내신 학기라는 것을 되새기며 멘탈은 그럭저럭 잡았지만...

허무하게도 3학년 1학기 내신은 2학년 2학기 기말고사 성적과 반올림 기준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유사했습니다.

2학년 1, 2학기 합산 내신보다 정확히 한 등급이 떨어진 성적.

스카이는 최저 4 7을 맞추지 않는 이상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솔직히 제 생기부...세특은 제가 봐도 정말 좋은데 나머지 부분은 형편없는(...) 쪽에 가깝거든요...

예를 들자면...2학년 때 공부만 하느라 수상이 하나도 없습니다(!) 뭐 따지자면 수상실적으로서 별 의미 없는 교과우수상이 있기는 해요.

그래서 상승곡선으로 승부를 보려고 한 건데...아무리 2학년 때 성적이 좋았어도, 그래서 어느 정도의 하락은 감안해 준다 해도 이건 정도가 심한 폭락이었습니다.

이런 폭망한 성적곡선에 애매한 총내신, 세특 빼고 영 별로인 생기부(...)를 가지고는, 학원에 계속 다녀 봤자 12월에 선생님을 한 번 더 실망시켜드리기만 할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학원 입결을 떨어뜨리느니 그냥 그만 다니려고 했는데 선생님이 붙잡으시더라고요...

...

결국 저는 3학년 여름방학부터 학원 숙제만 겨우겨우 해 가고, 다른 수능공부는 아예 놓았습니다(...)

뭐 꼭 3학년 1학기가 좌절스러워서 그랬다기보다는, 당시 저는 너무 지쳐 있는 상태였어요.

1때 번아웃이라고 구시렁거리던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느낄 만큼, 극도로 무기력하고 매일 졸리기만 했습니다.

3학년 1학기 때 '내신만 끝나 봐라'하고 매일같이 이를 바득바득 갈았던 기억이 나네요...

10월 초까지 공부는 손도 안 댔습니다. 하루종일 게임만 하고 뜨개질하고...

그런데 9월 말인 제 생일날 학원 선생님께서 깊티를 보내주신 것을 계기로, 저는 마지막까지 학원 선생님께 부끄럽지 않은 수험생활을 하고자 수능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수능까지 한 달.

고대 최저 4 7을 맞추기에 너무 늦은 거 아닌가 싶었지만 그래도 다시 조금씩 공부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수능날은 내신과 달리 운이 좋았습니다.

121121, 4 5.5가 나왔습니다어유 이거 수시 납치당할 뻔했어요ㅠㅠ

그리고 저는 그날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서울대 1차에 합격했습니다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어요 ㅇㅅㅇ


서울대...사실 마음 깊숙한 곳에는 당연히 가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는데, 실패가 두려웠던 저는 그것을 끊임없이 외면했습니다다른 대학이 1지망이라고 계속 자기합리화를 하며, 성공의 기준을 어떻게든 낮추려 했습니다.

그런데 1차를 붙으니 참...더 이상 합리화도 외면도 못하겠더라고요그리고 제가 원하는 과가 인서울 남녀공학 중에 서울대밖에 없어요... 수능과 연대 면접이 끝난 후 서울대 면접 준비를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그동안 내신 달달달달 외우던 스타일을 싹 버리고, 제시문과 진로에 관해 끊임없이 깊이 있는 생각을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서울대는 왜 나를 1차에 합격시켰는가 원망하는 심정도 들고(...) 수능보다 더 스트레스 받았던 거 같아요...그래도 스트레스 상황에서 꾸역꾸역 할 일을 하는 거는 제 전문이라(...) 끝까지 열심히 했습니다도중에 고대 계적 노예비 불합떠서 멘탈 나갈 뻔했는데 정신 차리고 계속 면접 공부 빡세게 했어요...ㅎㅎ...

준비 시간이 연대 면접 때문에 사나흘 정도밖에 없었는데, 단기간 내에 어떻게 답변 퀄리티가 이렇게 좋아졌는지 사실 저도 생각할수록 신기합니다ㅋㅋ 데드라인 효과의 정석

면접이 끝났을 때는 나름 예감이 좋아서 신났는데... 그냥 반박 질문이 안 들어오더라고요? 인적성 면접에서 교수님들 박장대소하게 만들기도 했어요 깔깔

 

모든 면접이 그렇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해졌어요...

정말 15일까지...매일매일 심장이 조여들고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기분이었습니다ㅠㅠ

계속 아쉬운 것만 생각나고 이렇게 대답할걸 싶고ㅠㅠㅠ

심지어 조기발표도 안해서 계속 기다렸습니다 흑

그리고 마침내 2022 12 15일 오후 4 48, 저는 서울대 합격자 발표 화면에서 Admitted를 보았습니다.

합격 글자랑 밑에 Admitted를 보는데 정말 음식점 의자에서 괴성을 지르며 반쯤 굴러떨어졌던 거 같아요(...)

음식점에 계신 분들이 모두 박수를 쳐 주시며 축하해 주셨는데 그 순간은 정말 평생 못 잊을 거 같습니다.

어떤 애기: 엄마 저 언니 울어...

 

 

요건 합격화면

 

 

요건 합격증입니다><

 

 

음식점을 나와서 학원 선생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선생님이 없었다면 저는 1학년 때의 성적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을 것이라고, 아니 그냥 끝까지 버티기도 힘들었을 텐데 진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드리고 싶은 말이 더 많았는데 그때는 약간 어휘력이 마비된 느낌(?)이라ㅋㅋㅠㅠ

선생님께서 다음 주에 밥을 사 주신다고 하시니 그때 다 말씀드리려고요ㅎㅎ

 

학원 선생님 외에도 감사한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학기 첫날 대학 관련 조사를 할 때, 1지망에 다른 대학을 써서 낸 저를(...) 끝까지 설득해주신 담임 선생님과 부모님,

2학년보다 떨어진 성적이 아닌 성실한 수업 태도에 초점을 맞추어서 세특을 써 주신 3학년부 선생님들,

3학년 1학기 전공 관련 과목 성적이 안나왔다고 다른 과로 돌리려고 한 저를 말려주신 자소서 지도 선생님,

제가 학기가 끝나고 글을 올릴 때마다 항상 응원해주신 XXX 카페 회원님들까지 다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국제고 붙었을 때는 제가 철이 없어서(...) 나는 성공했고 최후의 승리자(......)라는 생각만 계속 했는데, 지금은 자만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중입니다. 그냥 그런 류의 생각 자체를 안 하려고 하고 있어요.

이 학교에서 나름 인문사회학적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성장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ㅋㅋ


대입에 대한 제 생각을 몇 가지 말씀드리고 글을 마무리해 볼게요.

 

1. 상승곡선 및 3학년 1학기는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정말 과거의 저에게 하고 싶은 말

21년도 대입, 02년생 분들이 현역이었을 때는 3학년 1학기 반영비율이 무려 50%(!)였습니다. 그때는 상승곡선을 포함한 3학년 1학기 성적이 정말 중요했죠. 그러나 작년 입시, 03년생 분들부터는 5학기가 똑같이 균등반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상승세로 끝내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하락곡선이나 역브이자보다는 당연히 상승곡선이 좋긴 하죠.

그러나 그것이 총내신을 뒤집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그냥 극히 일부 요소일 뿐입니다. 솔직히 총내신, 세특, 전공 관련 과목 성적 이 3가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2. 전과목을 열심히 해야 하지만, 전공 관련 과목 성적이랑 수학은 특히 중요하게 챙기셔야 합니다

주변 입결을 봐도 그렇고 제 결과를 봐도 그렇고, 전공 관련 과목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대학에 잘 붙는 경향이 강합니다.

참고로 저는 전공 관련 과목 평균 1.75(3학년 1학기에 망한 그 과목만 아니었어도 1.0이었습니다^^;;)였고, 전공 관련 과목 중 일반교과(일반고에서도 배우는 거요)는 두 과목 다 원점수 전교 1등이었습니다.

학원 선생님의 덕을 본 수학은 5학기 43111(ㅋㅋㅋㅋ)로 평균 2.0이었습니다. 특히 수학...외고 국제고 가신 분들은 문과시기 때문에 수학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그래도 하셔야 합니다...진로가 인문계열(철학, 사학, 어문 등)이시면 수학을 열심히 하시고...진로가 사회과학계열(경제, 정외, 행정 등)이시면 수학을 죽기살기로 빡세게 파셔야 합니다.

 

3. 진로는 여러 분야에 발을 넓게 걸쳐두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교육심리학자라는 진로를 갖고 고양국제고에 들어왔습니다. 입시용 진로가 아니라 정말 제가 좋아하는 학문이었기 때문에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도 계속 교육학, 심리학 쪽을 팠어요. 그리고 사회 과목을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했기 때문에 사회 쪽을 탐구하고 싶기도 해서, 1 초반에는 교육, 심리, 사회를 관심분야로 잡고 활동을 해 나갔어요.

그런데 고1 때 통합과학이 1, 2학기 둘 다 5등급이 나와 버려서ㅋㅋㅠㅠㅠㅠ 심리를 포기하고 교육으로 틀었습니다...심리학과는 과학 성적이 중요해요.

한편 고2 1학기에 정치와법을 원점수 100을 받아서(!) 행정 쪽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였고, 생기부를 교육과 행정으로 채워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제 생기부는 교육+행정+사회가 모두 섞여 있는 생기부였고, 교육만을 파지 않고 여러 분야를 파길 참 잘했다고 여러 번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연대 교육은 연대에 사범대가 없어 교육 분야 진로 지원자들이 몰린 탓에 컷이 지나치게 높았고, 고민 끝에 연대 행정학과를 지원해서 합격했습니다.

5, 6지망 대학은 재수 방지용 안전빵 대학이었기에 면접을 보기 싫었는데, 교육학과는 다 면접을 보더라고요...그래서 이 대학들도 사회과학 쪽으로 지원해서 붙었습니다.

오히려 처음 고등학교 들어올 때 가장 메인 진로였던 교육학과는 6장 중 1장만 썼어요그리고 거기 면접 망쳐서 노예비 광탈

 

4. 수시파이터라도 수능 공부는 열심히 하세요

특목자사고의 수시 커리큘럼은 정말 빡셉니다. 5학기 동안 힘들게 구르고 나면 당연히 쉬고 싶어지죠. 그리고 나는 끝까지 수시를 챙겼는데 이제 놀 자격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실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사실 3학년 2학기 넉 달 중 석 달은 공부 안 해서 제가 조언드릴 자격이 있나 싶지만...그래도 저는 수능을 잘 본 덕을 많이 봤기에 그냥 얘기해 볼게요.

일단 고대 학우 4 7같은 어려운 최저를 맞춰 두면 마음이 정말 편해요. 안 그래도 11월 말에서 12월 초까지 불안하고 힘든데 최저 때문에 몇 장 안 되는 귀한 대학 카드가 날아가면...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이러한 심리적인 요인은 당연히 면접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첫째, '내가 여기 떨어져도 나는 빡센 최저를 맞췄기에 든든한 보험이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긴장을 덜 하게 됩니다. 둘째, '나는 무려 수능에서 이과생들과 N수생들을 뚫고 당당히 최저를 맞춘 사람이다'라는 자신감이 생기게 됩니다. 저의 경우 3학년 1학기 성적 때문에...저 스스로를 전면등교 하에서 X밥인 인간(...)으로 생각하는 등 자신감이 정말 밑바닥까지 내려간 상태였는데ㅠㅠ 수능을 대박친 덕에 저의 학업 역량에 대해 다시 자신감이 생겼고 이러한 태도가 면접에서 은연 중에 드러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최저를 맞춘다고 다 합격하는 것은 아닙니다. 1차를 떨어질 수도 있고, 1차도 붙고 최저도 맞췄는데 불합격할 수도 있어요. 저는 인문계에서 가장 빡세다는 고대 학우 최저 4 7을 맞췄고 1차도 붙었고 면접도 나쁘지 않았는데...노예비 불합격했습니다ㅋㅋㅋㅋㅠㅠㅠ 띠용 그래도 저는 수능 공부한 걸 후회하지 않아요. 단순히 면접에 좋은 영향을 줘서, 결과 발표가 날 때까지 당연히 고대 학우 붙을 거라 생각하고 마음이 편했어서가 아니라, 끝까지 열심히 했다는 데 만족합니다ㅎㅎ

 

5. 지나친 하향지원은 수시납치와 후회를 부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입시로 인해 심신이 파괴된 관계로...정말 재수하기 싫었고, 6광탈을 당할까봐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6지망 카드를 거의 학교 선례에 남을 정도로(...) 하향지원했어요. 근데 수능에서 정시 기준으로도 연고대까지 가능한 성적이 나와 버렸고...혹시 수시납치당할까봐 마음을 졸였던 기억이 나네요ㅜㅜ

물론 때에 따라 안정지원 카드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수시납치를 감안하여 수시 카드를 높게 지르면 수능날 지나치게 긴장하게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고3 모의고사에서 수시러라고 모의고사 공부 하나도 안 했는데 대부분 서성한을 안정적으로 갈 성적이 나왔는데도...혼자 쫄아서...납치를 당할 뻔했죠...

본인의 평소 모의고사 성적+큰 시험을 치를 때의 멘탈+재수에 대한 가치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현역 문과에게 수시가 유리한 것은 맞으나, 무조건 수시로만 가야 한다는 건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6. 선배들 입결 보고 좌절하지 마세요

말해도 되나 싶어서 저희 학교 입결을 자세히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지만...제 총내신은 서울대를 합격하신 학교 선배님들의 그것보다 조금 모자란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수능날 1차 합격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제가 서울대에 붙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그런데 저를 포함한 주변 사례를 봤을 때...올해 저희 학교에서 서울대를 가는 내신 컷(?)이 꽤 완화된 것 같습니다. 아직 최종 결과는 모르지만, 제 기수에서 고양국제고 서울대 1차 합격자 수가 역대급으로 많기도 했고요.

입결은 참고는 하되, 매년 바뀌니 너무 그것만을 맹신하며 좌절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7. 모든 순간이 기회입니다

보시다시피 제 1학년 성적은 서울대 합격을 기대하기 어려운 성적이었습니다. 선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일반적으로는 서울대에 가기 힘든 성적이죠. 물론 1학년 성적은 전체 총내신의 2/5, 40%를 차지하고, 영향력이 상당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늦었다는 핑계로 포기하지 않았으며, 늦은 만큼 더 처절하게 노력해서 최대한 총내신을 끌어올렸습니다. 만약 제가 1학년이 끝났을 때 공부를 제대로 시작하지 않았다면, 그냥 편하게 살던 대로 살았다면 지금의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수능도 마찬가지였죠. 수능이 34일 남은 시점에 용기내어 수능 공부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결과가 지금보다 좋진 않았을 거 같습니다.

 

꼭 어떤 시험이나 학기, 학년이 끝났을 때만이 기회가 아닙니다. 그냥 모든 순간이 기회입니다.

 

최대한 기회를 빨리 잡으면 좋겠지만, 1학년 말보다 늦은 시점이어도 괜찮습니다. 기회를, 시간을 마냥 흘려보내지만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공부를 지금이라도 시작하면 1지망 대학을 갈 수 있다, 솔직히 이건 백프로 장담할 수 없습니다. 운이 없으면 제 고대 학우처럼 실패할 수도 있는 게 입시니까요. 그리고 제 1학년 내신이 역전과 만회가 가능한, 나름 중상위권이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 공부를 시작하여 기회를 잡으면 결과가 어떻든 후회와 아쉬움이 조금이나마 덜할 것이라는 것은 장담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꿈만 같은 합격을 얻을 확률이 올라가기도 하고요.


 

 

엄청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께 고입과 대입에서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기 듬뿍 받아가세요:)

 

 

Posted by Yes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