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로또 사면 안 돼요! 내게 써야 해요."
꿈을 꾸었더랬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아주 크고 독해보이는 뱀이, 발 어딘가를 물었습니다.
극독임이 분명한 독액이 천천히 온 몸으로 퍼져가는 느낌이 너무도 생생했습니다.
'어, 이거 처음 꾸는 꿈인데... 기억해둬야겠다.'
잠결에 얼핏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딸내미가 서울대 면접을 보기 바로 전날이었습니다.
혹시 몰라 면접장에 가는 길에는 꿈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안 그래도 넘쳐나는 '징크스'와 '미신꺼리'를 또 보탤 수는 없었죠.
(고입 시절의 징크스를 따라해야 한다는 딸내미의 읍소로 인해 합격 대 불합격을 두고 100만원(합격하면 내가 받음) 대 1,000만원(불합격하면 줘야 함) 내기까지 해야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전 사실 합격 확률을 70% 정도로 봤었습니다. 1대 10의 내기는 몹시 부당했다는 이야기입니다. ㅋ )
출근 후 슬쩍 검색해보니 '길몽'이라는 해석 뿐이더군요.
'이거 로또를 사면 20억 짜리인데... 로또를 사야 하나, 딸내미 입시에 써야 하나...'
잠깐 고민했음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불안해하는 딸내미를 위로할 겸 이야기를 꺼내본 결과는 달랐습니다.
손톱만큼의 고민거리도 아니었나 봅니다.
무조건 자기에게 써야한다더군요.
배웅하는 저에게 등굣길 차창 너머로 거듭 당부한 말이, 바로 글 처음에 적힌 그것입니다.
결국 저는,
무려 제 노후 버팀목을 포기하고
로또를 사.지.않.았.습.니.다. (ㅋㅋㅋ ㅠ.ㅠ)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자녀 입시의 3대 성공 조건이라고 세간에서 하는 농담(?)이지요.
하지만 저는 말입니다.
무관심과 더불어 20억을 포기한 덕분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고,
마음 한구석에서 생각하고 있답니다.
만약에 말입니다.
앞으로 딸내미가 서운한 언행을 할 때면,
두고두고 생각날 20억일 수도 있겠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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