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기억이 많습니다.
마대자루에 맞은 허벅지가 새빨갰다 새파랗게 변하더니, 다시 새까맣게 변해 1년 동안 지속됐던 기억.
구박하던 선생이 어느 날 잘 대해 주길래 희희낙락했던 국민학교 6학년.
나중에 알고보니 어머니가 촌지를 전해줬던 날이었더랬죠.
떠올리다보니 부글부글 정신건강에 좋지 않네요. 하여튼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쁜 기억이 많습니다.
그래도 좋은 선생님에 대한 기억도 있어 다행입니다.
그 중 한 분이 1987년 은평구 대성중학교에서 도덕을 가르치셨던 양민희 선생님입니다.
무려 10여 개 반 학생들을 상대함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들 이름을 모두 외워주셨죠.
제 이름 또한 한 번 들은 다음 날 다시 불러주셔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중간고사 시험지 문항 보기에는 학생들 이름을 넣어주시기도 하셨고요.
한참 시국이 어지럽던 1987년, 어린 학생들에게 교양과 상식, 지혜를 함께 들려주시려고 열심이시던 모습도 선하네요.
우리 가르치실 때 결혼하셨었지 싶은데, 성교육도 참 잘해주셨더랬습니다.
"너희들 TV 광고 알지? 막상 물건 사보면 광고하고 다르지? 포르노도 마찬가지야. 그 모습들이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말려무나"
삐딱이 까불이 중학생 친구들 모두 그 선생님에 대해서는 막말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전교조 활동 하셨다는 말을 전해들었습니다. 그 분답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이 분 소식은 대학 때 또 전해들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심리학과에 대학원생으로 등록하셨다더군요.
오다가다 뵐 수 있겠다 싶었지만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교통사고로 운명하셨다는 말을 전해들었습니다.
그리고 약 20여 년 정도 지난 것 같습니다.
갑자기 괜히 짠해졌습니다. 그 훌륭하셨던 분을 기억하는 사람이 이제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혹시나 싶어 검색해봤는데, 제가 아는 정보로는 나오는 결과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써봅니다.
양민희 선생님! 제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참 감사했다는 말씀 이제야 드립니다.
혹시 제 이름 아직도 기억하고 계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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