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냄(아로)은 요새 스타듀밸리(Stardew Valley)라는 게임에 푹 빠져 있습니다.
'아빠와 딸이 함께 할 만한 게임'을 검색해 제가 깔아준 PC 게임인데요.
도시 생활에 지친 주인공이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농장과 목장을 운영하는 귀농 게임입니다.
폭력적이지 않고 평화로우며 자잘한 잔재미의 이벤트를 수행하는 힐링 범주의 게임이라고 평할 수 있겠습니다.
제 눈에야 영 밋밋한 게임입니다만, 딸냄에게는 그렇지 않았나봅니다.
첫 실행과 동시에 푹 빠지더군요.
처음 게임을 하고 자러 가는 길에 '핵꿀잼'이라고 뇌까리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게임 시간으로 4계절을 돌고 난 현재 어느덧 제법 많은 농작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돌봐야 할 가축들도 꽤나 늘었습니다.
그새 게임 내에서 결혼도 했고요. 하루(15분) 내내 농장 돌보랴 탐험하고 채집하랴 동네 사람들 챙기랴 제법 바빠 보입니다.
그러던 딸냄이 자기가봐도 좀 중독적이다 싶었나봅니다. 10일 발표된 헌재 결정문을 보더니 뭔가를 후다닥 쓰더군요.
다 쓰고 보여준 글이 제법입니다. 역시 최고의 글쓰기 훈련은 좋은 글 따라 써보기지 싶습니다. 재미 삼아 공유해봅니다.
(현심어린이집이란 딸냄이 가상으로 운영하는 어린이집입니다. 구성원은 각종 인형들이죠. 그렇습니다. 좀 늦된 구석이 있습니다. ^^)
2017 스타듀밸리 1 현심어린이집 원장 아로의 중독사건과 그에 관한 게임 정지에 대한 선고 요지
현명함은 원장을 포함한 모든 현심이의 좌우명입니다. 어린이집 학생들은 이 점을 깊이 인식하며 진지하게 이 선고에 임하려 합니다. 우선 게임 정지 사유별로 아로의 게임 이용에 있어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나 그전에 약속한 것을 어긴 것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포악해지고, 어리석은 말과 행동을 일삼았다는 점에 대하여 보겠습니다. 아로는 게임을 하면서 본인은 중학교 적응 때문이라고 하지만, 짜증이 매우 늘었습니다. 엄마께서 게임 시간을 많이 안 주시면 어리석은 말도 일삼았습니다. 그리고 레이아 선생님 수업 시작 전에 예습과 복습을 하기는커녕 인터넷으로 ‘웹서핑’ 이라고 부르는, 스타듀밸리 관련 정보를 검색하는 게임 아닌 게임을 했습니다. 다음, 게임 시간으로 기록하지 않고, 하루 단위로 한 것에 대하여 보겠습니다. 아로는 하루가 15분이라고 못 박아 놓고, 스타듀밸리 시각으로 새벽까지 잠들지 않고 버텼습니다. 그래서 예를 들면 이틀을 했다고 했을 때, 15x2=30이니까 아로는 30분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질척질척 끄는 것 때문에 사실은 30분을 훌쩍 넘긴 것입니다. 그리고 아로는 “지금까지 x일을 하였으며, y일만 더 하겠다”라고 하지 않고, “y일만 더 할게요” 라고 하는 등으로 엄마가 아로의 게임 시간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로 결정을 내리면 ‘얼씨구나’ 하고 게임을 많이 했습니다. 또한, 아빠를 대신한다는 명목으로 한 것까지 합한다면, 하루에 많을 때는 거의 6일을 한 것으로, 하루당 20분으로 계산하면, 무려 120분 즉 두 시간을 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아빠를 대신하는 것은 보너스 시간 같은 것인데, 그것을 양심없게 많이 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1월 중순경 현심어린이집과 아로는 할 일을 다 하지 않고 게임을 할 경우, 1주일 동안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아로는 새 학기인데 나사를 조이기는커녕 오히려 빠져 버려서 영어 문제가 약간 남아 있는 상황에서 게임을 하고, 엄마가 나무라시며 하루만 하라고 하시자, 아로는 주말에 많이 해주기로 하였는데 왜 이렇게 하냐며 적반하장으로 징징거리고 포악해졌습니다. 이것은 앞의 사유와도 동일합니다. 이것은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아로는 게임을 빨리 하려고 공부를 대충 합니다. 이것은 대충 하는 습관이 생겨서 매우 좋지 않고, 공부를 대충 한다면 중학교 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됩니다. 결국 피청구인의 약속 어김과 포악해짐, 대충 행위는 현심어린이집 아이들을 실망시킨 것으로 현명함의 관점에서 어리석은 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 피청구인의 어리석은 행위가 현심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상당하므로 피청구인의 게임 행위를 1주일간 금지함으로서 얻는 현심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이것은 피청구인이 게임에 관심이 없어져서 다시 온화해지고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피청구인에게도 결과적으로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현심어린이집 아이들과 교직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원장 아로의 게임 행위를 1주일간 전면 금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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