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중고 거래 경력이 20년은 족히 됐지 싶습니다.
왕년에는 보따리 무역을 하기도 했었으니 나름 이 바닥 잔뼈가 굵었다고 자평해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채 중고장터는 여전히 쉽지 않은 공간입니다.
치명적인 결함을 숨기려고 일부러 흐리게 찍은 사진인지, 디지털 초보자의 서툰 솜씨인지 애매할 때가 많습니다.
횡재급 물건 속에 악성 물건들이 숨어 있기 마련이니,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원칙은 이곳에도 적용되는 듯 합니다.
바로 어제 겪은 사기급(?) 골프채 매물 2건을 재미 삼아 소개해봅니다.
#1 핑 G20 샤프트입니다. 판매자 판매 이력이 많았기에 믿고 선입금했습니다.
도착한 샤프트를 재보니 짧더군요. 106cm 정도였습니다. 드라이버 샤프트는 110센티가 넘어가는 게 일반적입니다.
분명히 버트 부위가 2인치 잘린 제품입니다.
판매자에게 전화하니 '몰랐다'더군요. 그리고는 곧바로 환불해줬습니다.
제 생각엔 판매자가 당연히 알았었지 싶습니다. 그저 잘 모르는 사람에게 얻어걸리길 바라면서 판매했을 거라고 봅니다.
그나마 언성 높이는 일 없이, 귀찮은 정도로 마무리 됐으니 다행인 축에 속하는 사례입니다.
이만큼 짧습니다. 드라이버용으로는 쓸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은 적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지역의 판매자였습니다.
샤프트가 1인치씩 잘린 아이언 세트였죠.
스윙웨이트가 C4, C5 밖에 나오지 않아 확인해보니 길이 문제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직거래로 구입해서 좀더 언성이 높아졌었습니다.
직거래의 경우 구매자가 물건을 현장에서 확인한 것으로 간주되기에 법적 분쟁의 소지가 큽니다.
#2 다음은 해외에서 중고로 구매한 테일러메이드 TP MC 2014 아이언 세트입니다.
수상쩍은 '촉'이 왔었지만 가격이 싸길래 불량을 감수하고 입찰해봤습니다.
도착한 물건을 보니 역시나 허용될 수준의 문제가 아닙니다.
트루템퍼사의 샤프트를 장착한 세트인데요.
6번 헤드에 연결된 샤프트만 전혀 엉뚱합니다.
레이블 부착 위치에서 잘 드러나고요. 전사 표기된 글자의 위치도 확연히 다릅니다.
제 생각한 남는 아이언 샤프트를 잘라 길이만 맞춰 연결한 듯 합니다.
이 정도면 대놓고 악의적입니다. 그저 팔아 넘기려고 겉모습만 아웅한 제품인거죠.
좌측부터 4번입니다. 0.5인치 짧아져야 하는데 6번과 7번 길이가 거의 같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언 세트 내 스윙웨이트 편차가 최대 8스텝에 달합니다. 어휴
#3 예전 기억이 났습니다. 2012년에 국내 대표적인 온라인 골프 거래 커뮤니티에서 퍼터를 하나 샀는데요.
이 또한 판매자가 부실하게 개조된 사실을 숨겨 판매했던 사례입니다.
원래 두 번 휘어진 샤프트가 달려 있는 퍼터인데, 직선형 샤프트를 달아놓고 얼렁뚱땅 팔아치우려 했었던 거죠.
분쟁 끝에 제품값만 환불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상은 귀찮아서 못하겠더군요.
당시 해당 커뮤니티에 사건의 개요를 정리해 게재했던 글이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좀 길기는 하지만 중고거래의 리스크를 공유하기에는 무난합니다.
얼마 전 한 라이프 투바 퍼터를 구매했다가 환불했습니다.
골XX에서 처음 겪는 불쾌한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사기'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사연을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품을 받고 나니 어드레스가 영 이상하더군요.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것저것 많이 써봤습니다.
확실히 문제 있는 제품 같았습니다.
확인해보니 진품은 샤프트가 더블넥(두번 휘어진 방식)인데, 온 제품은 일자형 샤프트가 끼워져 있었습니다.
일자형 샤프트가 탑재되는 라이프 투바 퍼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라이프 투바 센터 퍼터입니다.
센터 퍼터가 아닌 제품에 일자형 샤프트를 끼워놨으니, 어드레스, 라이각, 에이밍이 모두 틀어질 수 밖에 없었죠.
판매자에게 전화했습니다.
"매물 사진에 다 나와 있고, 분명히 일자형이라고 문자로도 말했"으니 자기 잘못이 없답니다.
예 문자로 말하긴 했었죠. 느닷없이 "사진에서 보다시피 일자형입니다"라고 보냈었습니다.
전 속으로 "말렛타입인데, 왠 일자형이라고 하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뭐 사진 꼼꼼히 안본 제 잘못이라고 하면 인정해야겠지요.
하지만,
제품 구입할 때 샤프트가 원래의 것과 다른 것이 달렸을 가능성을 누가 검토할까요?
당연히 그 정도 변형에 대해서는 자세히 고지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닐까요?
사진에 나와있으니 이미 고지한 것이라고 주장하기엔 무리가 있지 싶습니다.
왕복 택배비를 부담하긴 했지만 환불을 이미 받은 제가,
새삼스럽게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그 제품이 다시 판매된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샤프트가 일자형'이라는 문구가 추가돼 있었습니다.
라이프 퍼터 관계자라면 이상하다 느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샤프트가 교체된 것이 아닌, 원래 일자형 샤프트가 달린 모델로 착각할 소지가 다분해 보였습니다.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그렇게 게재한 것에는, 사실을 오해시키고자 하는 악의가 있다고 보입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그 판매자 실명과 닉네임을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누가 사갔는지 몰라도, 이제는 그 구매자가 판매자랑 풀어야할 문제겠지요.
초보분이어서 정상 제품이 아니라는 사실 자체를 파악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깝깝하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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